‘11월의 글로벌 주식시장 랠리’에 불을 지핀 것은 각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침내 끝에 다다랐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증시를 넘어 위험자산 투자로도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투자 열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47개국 증시 종합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전 세계 국가지수(MSCI ACWI)가 11월 한 달간 3년 만에 가장 큰 폭인 8.05%나 오른 데 대해 “미국과 유로존의 금리가 (이미) 정점을 찍었고 내년 상반기에는 인하할 것이라는 베팅이 증가하며 증시가 힘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현재 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5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79.8%, 지금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을 19.4%로 점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며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서 ‘금리 인상 종료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부풀린 것은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물가 하락세다. 전날 미 상무부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로 상승률이 이 정도로 낮아진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앞서 연준은 9월 전망에서 근원 PCE 가격지수가 올해 말 3.7%(중간값)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보다 낮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11~12월에 근원 PCE 가격지수가 연준의 전망치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과감한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로존에서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둔화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매슈 랜든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글로벌시장전략가는 “ECB가 선진 시장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선도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 침체로 내년 1분기 ECB 금리 인하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유로스타트는 11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물가 추세에 투자심리는 주식시장을 넘어 회사채·정크본드 등으로도 퍼지고 있다. 시장 데이터 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11월에만 세계 회사채 시장에 17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돼 2020년 7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 유입 금액을 기록했다. 11월 1~29일 미국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119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정크본드 ETF에 대한 사상 최대 월간 유입액”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에 기반한 현재의 투자 열기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9일 경제 전망에서 ECB와 영국중앙은행(BOE)이 2025년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클레어 롬바르델리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의 연착륙을 예상하지만 차입 비용을 낮추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토르스텐 슬뢰크 아폴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현재의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절대로 (금리 인상의) 숲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