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근처의 크네비치 군 비행장을 방문했다.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주요 장비를 둘러보며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에 직접 손을 갖다대 만져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아갈 수 있는 극초음속 공대지·공대함 미사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에 신무기 ‘킨잘(Kinzhal)’을 소개하며 ‘천하무적’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던 무기체계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존재하는 건 물론 미래에 갖춰질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모두 뚫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당시 군사전문가들도 푸틴 대통령의 확언처럼 현존 방공망은 킨잘로 대표되는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에 거의 손을 쓸 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6기를 요격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집중 공습을 가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18발과 드론 9기를 모두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공군의 또 다른 믿을 수 없는 승리"라며 "간밤 우리 방공군이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6발과 다른 미사일 12발을 요격했다”고 했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inzhal)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미국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에 요격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패트리엇으로 킨잘을 요격했다고 하고, 러시아는 성공적인 포격이었다는 취지로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러시아의 ‘창’, 킨잘의 아성을 미국의 ‘방패’ 미사일 방공체계 패트리엇 PAC-3이 전면에 나서 흔드는 모양새다. PAC-3은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 중 가장 최신형이다.
러시아 ‘창’ vs 미국 ‘방패’ 승자 누구?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창’ 킨잘과 미국의 ‘방패’ 패트리엇의 싸움에서 과연 누가 승자인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킨잘과 패트리엇 간 공식 대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두 차례다. 우크라이나 내 패트리엇 방어체계는 지난 4월 우방국이 지원해 갖춰진 것으로 두 대의 포대가 운영 중이다. 하나는 미국이 지원했고, 다른 하나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공동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대결은 5월 4일이었다. NYT는 보도를 통해 키이우 상공에서 킨잘이 격추됐다고 전하면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서방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첫 증거”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러시아의 타격을 오히려 되치기당한 셈이다. 미 국방부도 “우크라이나군이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를 활용해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했다는 점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히며 힘을 실어줬다.
두 번째 대결은 5월 16일 펼쳐졌다. 우크라이나군은 패트리엇을 통해 러시아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18발을 모두 격퇴했다고 밝혔다. 군 참모부는 격퇴한 18발 가운데 킨잘 6기가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푸틴의 자존심 킨잘이 무너졌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러시아는자신들이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패트리엇을 파괴했다고 발표하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면 기싸움을 보였다.
어찌됐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두 국가의 상반된 주장으로 창 킨잘과 방패 패트리엇의 대결 구도는 뚜렷해진 상황이다. 분명한 건 두 무기체계는 세계 정상급 첨단 기술로 구축된 시스템인 만큼 앞으로 모든 현대전에 나타날 패러다임으로 승자가 누구인지 주목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러시아가 꾸준히 개발해 왔다. 서방의 방공망을 깨뜨리기 위해 전략적 계산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전략무기 개발이 가능한 것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만큼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와 중국을 포함해 러시아가 가장 앞서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러시아는 킨잘 외에도 함정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아방가르드’까지 3종을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거나 배치 준비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 미국 보다도 앞선 것이다.
이 가운데 킨잘은 최대 마하 12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사거리는 1500㎞ 수준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빠른 속도는 킨잘의 장점이지만 약점이기도 하다. 캐나다 군사 전문 매체 ‘칸와디펜스리뷰’ “킨잘은 적외선 신호가 매우 강해 조기에 쉽게 탐지될 수 있기 때문에 패트리엇이 요격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가장 큰 단점으로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최대 8개의 발사대를 비롯한 발전장비 등으로 구성된 발사대는 미사일 요격체가 4개씩 장착된다. 이를 위해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대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사일 비용은 절반인 6억9000만 달러(약 9090억원)를 차지한다. 또 유지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조기에 쉽게 탐지”…“천문학적 유지 비용”
방패 패트리엇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패트리엇과 경쟁력 벌이는 다른 방공망도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등장했던 미국과 공동 개발한 방공시스템 ‘아이언돔’과 ‘다윗의 돌팔매’가 대표적이다. 아이언돔 운용은 각각의 장소에 유도탄 발사대를 설치해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서 적의 날아오는 포탄을 요격하는 방식이다.
독일제 전방위 방공시스템 ‘IRIS-T SLM’도 최첨단 무기로 분류된다. IRIS-T 방공망은 트럭에 탑재된 미사일 발사기와 미사일, 지휘 차량으로 이뤄진다. 적 전투기 공격을 비롯해 탄도·순항미사일, 무인기 비행체 드론, 로켓탄까지 막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미군 보유하고 있는 첨단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나삼스(NASAMS)’도 뛰어난 방공시스템으로 꼽힌다. 미국 백악관과 의사당 방어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최대 사거리는 160㎞ 이상이다.
이들 방공망은 패트리엇과 비교우위는 어떻게 될까. 외신과 전문가들은 패트리엇이 한단계 위에 서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는 각국에서 지원 받은 여러 복잡한 방공망을 운용 중인데 평판만 놓고 보면 패트리엇이 단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패트리엇의 경우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방어시스템이다. 우리 군은 패트리엇과 천궁2 등을 배치해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