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56) 씨는 기온이 뚝 떨어져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이어지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무릎이 뻐근하고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며칠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급히 병원을 찾은 김씨는 초기 ‘퇴행성 무릎관절염’이라는 진단과 함께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의료진 소견에 따르면 연말을 맞아 잦은 회식과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날이 많아진 점이 증상을 심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는 것. 김 씨는 무릎 건강을 위한 치료와 더불어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슬립포노믹스(Sleeponomics)’ 현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숙면을 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며 양질의 수면을 위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수면산업협회는 2011년 4800억 원 수준이었던 수면산업 관련 시장이 2022년 약 3조 원 규모까지 성장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수면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이 최근 직장인 880명을 대상으로 수면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58.8%)가 ‘(수면시간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수면의 질에 대한 응답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불만족의 원인으로는 ‘퇴근 후 가사일 등 할 일이 많아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30%를 차지했고, ‘불면 증세(25%)’와 ‘야근(16.2%)’이 뒤를 이었다.
수면 시간이 짧아지면 생체리듬이 망가져 뇌의 기능이 저하되고 두통, 혈압 상승 등이 동반된다. 수면 부족은 근골격계 질환 발생 및 악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통증이 심해지는 무릎관절염도 수면 부족으로 인해 증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겨울철 낮은 기온은 혈관을 비롯한 근육과 인대를 수축시켜 신체 조직으로의 충분한 영양분 공급을 어렵게 한다. 덩달아 무릎관절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의 분비도 줄어들면서 관절이 점점 뻣뻣하게 경직되고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관절의 움직임이 경직되면 연골, 인대 등 주변 조직의 손상과 염증을 야기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국내 50대 이상 무릎관절염 환자의 수면시간을 분석한 결과,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과다할 경우 관절염 위험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로 짧은 그룹에서 관절염 진단율이 가장 높았고, 수면 시간이 짧으면 통증 유병률이 최대 1.3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바 있다.
평소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릎 통증이 지속된다면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무릎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고 손상된 관절 및 주변 조직의 기능 회복을 돕기 위해 추나요법,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진행한다.
추나요법은 신체 전반의 균형을 올바르게 교정해 특정 관절에 가중되는 부담을 해소하고 관절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족삼리, 내슬안 등의 혈자리에 침치료를 시행하면 무릎 주변 경직된 근육을 풀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과 통증을 완화할 뿐 아니라 손상된 뼈와 연골의 재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연골 보호 및 강화에 도움을 주는 한약을 증상과 체질에 맞게 처방해 복용하면 더욱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릎관절염에 대한 침치료가 향후 무릎 수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SCI(E)급 국제학술지 ‘최신의학연구(Frontiers in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무릎관절염 환자들의 침치료 및 수술률을 분석한 침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침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수술률이 3.5배 낮았다. 또한 연령대가 높을수록 수술 위험이 더욱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은 무릎관절염을 비롯해 각종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다. 수면 부족은 뼈와 관절이 퇴행하는 중장년층의 건강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릎은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인 보행과 직결된다. 활발한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중장년층 직장인들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관절 중 하나다. 적절한 치료와 더불어 수면습관 개선 등 일상생활에서의 노력을 지속하면서 더욱 오랜 기간 튼튼한 무릎관절을 유지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