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귀엽다'는 말 좋았다" 호스트에 홀려 빚지고 매춘…日 사회적 문제 된 '이 곳'

쓰유키 야스히로 일본 경찰청장 일행이 지난 27일 밤 도쿄 가부키초의 호스트클럽 밀집 거리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쓰유키 야스히로 일본 경찰청장 일행이 지난 27일 밤 도쿄 가부키초의 호스트클럽 밀집 거리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손님이 지불 능력이 없음에도 과도한 요금을 청구해 빚을 지게 한 후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일명 ‘악질 호스트 클럽’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 2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악질 호스트 클럽’의 문제를 고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인 여성 A씨는 2년 전 처음으로 남성 접객원이 나오는 '호스트 클럽(호스트 바)'에 가봤다. A씨는 "귀엽다" "네가 좋아"라고 말해주는 호스트들에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 자주 찾게 됐다. 한 업소의 호스트와 연인 같은 관계가 되면서 한 회 방문에 수만 엔(약 수십만 원)씩, 축하 샴페인을 딸 때는 약 10만~20만 엔(약 90만~18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 수중에 돈이 없을 때는 외상을 해가며 해당 업소를 찾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A씨가 업소에 갚아야 하는 돈은 무려 1000만엔(약 9000만원) 정도까지 늘어났다. A씨는 쌓인 외상을 변제 하기 위해 호스트 클럽의 알선으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이런 '악질 호스트 클럽'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난 것은 올해 가을부터다. 경시청이 지난 9월부터 가부키초 인근에서 성매매 목적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81명을 적발해 조사했는데 이 중 약 40%가 "호스트 클럽 외상을 갚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다고 답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남성 접객원들이 나오는 ‘호스트 클럽’이 합법적으로 운영된다. 이들 클럽들은 도쿄(東京)의 경우 신주쿠(新宿)의 가부키초(歌舞伎町) 일대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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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 호스트 클럽’들에서 양산되는 문제는 도쿄를 벗어나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대표적 유흥가인 가부키초(歌舞伎町). 연합뉴스일본 도쿄도(東京都)의 대표적 유흥가인 가부키초(歌舞伎町).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악질 호스트 클럽들은 특정 이벤트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겨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을 쓴다. 예를 들어 호스트의 생일에 샴페인 잔을 쌓아 놓고 술을 붓는 '샴페인 타워' 등을 하면 하룻밤에 100만 엔(약 900만 원) 이상이 청구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빚을 진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구조에는 범죄 집단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일명 '악질 호스트 클럽 피해대책추진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흥이나 음식으로 인한 고액의 채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실태 조사 ▶피해자 상담·지원 체제 확충 ▶업소나 종업원 교육 등을 내용으로 담는다. 우선 성매매방지법이나 소비자계약법 등 현행법의 범위 내에서 운영하면서 시행 1년 후 새로운 조치를 검토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지난 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야당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호스트 클럽 이용객이 빚 상환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단속과 상담 체제 강화 등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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