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회복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현재 침체국면에서 빠르게 벗어나지 못하고 저성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 반등세가 미약한 가운데 고물가·고금리로 소비마저 위축되는 만큼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를 통해 “경기 저점 형성 이후 속도가 느린 경기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으나 수출 경기가 반등에 그쳐 내수 경기를 견인하지 못할 경우 ‘L자형’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출이 개선되면서 내수 경기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내년 1분기부터 완만한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겠지만 소비가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한국 성장률이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만큼 한국 경제의 근원적인 복원력이 취약해져 경기 회복 강도가 미약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과 세계 성장률 격차는 금융위기 이전(2003~2008년) 연평균 0.3%포인트에서 금융위기 이후(2011~2019년) 0.5%포인트로 확대된 데 이어 2022~2028년 1.0%포인트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경기 회복 동인을 해외에서 찾기 어려운 만큼 향후 경기 회복 국면이 전개되더라도 회복력이 강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수출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리스크다. 고물가·고금리로 실질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소비 회복세도 빠르게 둔화하는 상황이다.
연구원은 저성장 국면 고착화를 대비해 수출 시장 외연 확대, 신성장 동력 산업 발굴·육성, 국내 투자 활성화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도 언급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변동성 급증에 대응해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소비 여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