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유쾌한 결별’을 예고했던 5선 관록의 비명계 이상민 의원이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현역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 반발해 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3일 “오늘 자로 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다”며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꿈과 비전을 펼치기 위해, 그리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기에 그 터전이 될 수 없는 지금의 민주당과 유쾌하게 결별하고 삽상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삽상하게’는 씩씩하고 시원스럽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앞으로의 구체적 행로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며 숙고한 후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제3신당 합류, 무소속 출마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탈당을 계기로 친명계에 대한 비명계의 저항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의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불가론을 띄우며 당내 대안 세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명계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도 지난달 16일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출범하고 이 대표 체제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비명계는 당분간 당 안팎에서 각자 존재감을 키우며 결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명계의 집단행동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학술 포럼에서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고 (제3지대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원칙과 상식 모임 의원들은 현재로서는 탈당에는 선을 그으며 민주당을 바로 세우는 데 주안점을 두는 분위기다. 비명계는 향후 이 대표의 총선 공천 정책 및 사법 리스크 흐름, 당 지지층 및 중도적 유권자들 여론, 여당의 쇄신 성공 여부 등을 주시하면서 행동 방향을 조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