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감원, 홍콩ELS 배상기준 마련…"손실나면 모두 보상할 건가" 비판도

금감원, 배상비율 기준 마련 검토

은행권선 "녹취·서명 1시간 걸려

불완전판매 가능성 적다" 반발에

은행 별도 소비자 보상안도 검토

당국 "은행창구 권유 적절치 않아"

"작년 10월도 손실위험…대응 달라"


금융 당국이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에 대한 소비자 배상 기준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도 손실에 대비해 상품 가입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반복되는 ELS 손실 우려 사태에 당국이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금융투자자 보호조치가 자칫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고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에 대비해 배상 비율 기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 분쟁 조정은 분쟁이 제기되는 건마다 대응하는 ‘단건 처리’가 원칙이지만 이전 파생결합상품(DLF)과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등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감원은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금융 당국은 이번에도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부당 권유 등에 따른 기본 배상 비율을 정하고 이후 투자자의 자기 책임 사유를 개별 조정해 최종 배상 비율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기본 배상 비율이 60%로 정해졌더라도 금융 상품 투자 경험이 많을 경우 배상 비율을 줄이고 반대로 금융 상품 투자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령층에 대해서는 배상 비율을 올리는 식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2021년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녹취 및 자필 서명 등을 강화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 상품을 창구에서 판매할 때 녹취하고 동의를 받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며 “물론 규정하기 분명하지 않은 사례도 있을 것인 만큼 결국 분쟁 조정까지 가야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 당국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떠나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상품을 은행 창구에서 권유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면서 “설명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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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향후 논란이 불가피한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실 보상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소비자 보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예상되는 은행이 판매한 주가연계신탁(ELT)을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주가연계펀드(ELF) 등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ELS 판매사인 은행을 전방위로 옥죄는 가운데 금융 당국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2021년 금소법 시행 이후 창구에서 거래 시간이 크게 늘어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 불만을 갖자 “고객 적합성 평가를 경우에 따라 간소화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적합성 원칙을 당국이 먼저 나서서 완화한 것이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대충해도 된다는 뜻이 전혀 아니었다”며 “기계적인 설명이 아니라 중요 사항 중심으로 명확히 설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콩H지수 ELS는 높은 변동성 탓에 2015년에도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는데 당국 역시 사전에 리스크 관리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홍콩H지수가 5000포인트 선 붕괴를 눈앞에 둔 지난해 10월에도 손실 우려가 제기됐는데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다가 5700포인트 정도인 지금 은행 책임을 부각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께 홍콩H지수는 5028포인트까지 하락하면서 당시 발행한 H지수 ELS의 56%, 약 6조 원이 원금 손실 가능성에 노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금융 당국의 과도한 투자자 보호 움직임은 결국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상품에서 손해가 날 경우 모두 그렇게 적용(배상)할 것인가”라며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보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김우보 기자·신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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