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시작된 서울시의 지하철 안전 도우미가 올해 목표 인원 중 20%밖에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대상을 노인과 노숙인 등으로 정해놓고도 체력검정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탓에 구직자들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저조한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체력 기준을 폐지하는 등 조건을 대폭 완화했는데도 호응이 없자 지하철 안전 도우미는 내년 신규 모집 대상에서 제외됐다.
3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시는 올해 지하철 안전 도우미 1710명을 채용하려 했지만 공사가 실제 뽑아 현장에 투입한 인원은 343명에 그쳐 이행률이 20%에 그쳤다.
6개월 미만 일자리인 지하철 안전 도우미는 출퇴근길 인파를 관리하는 혼잡도 안전 도우미와 야간 순찰을 담당하는 취약시간 안전 도우미로 나뉜다. 올해부터 노인·노숙인·쪽방주민·실업자·일용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 일자리로 도입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월, 3월, 4월, 6월, 8월 등 추가 모집에서도 번번이 채용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는 주로 모집이 홈페이지 등 온라인으로 이뤄지다보니 전자기기와 친숙하지 않은 노인·노숙인·쪽방주민·실업자·일용근로자들이 채용 정보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기관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알리지 않는 이상 일자리 정보를 알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이메일도 못 쓰는데 자기소개서를 내라 하면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체력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점도 반발을 샀다. 노인들 사이에서 “약자에게 일자리를 준다면서 체력검증까지 요구하느냐”는 민원이 쏟아지자 결국 체력검증서 제출 절차는 중간에 사라졌다.
극빈곤층을 제외하면 소득·재산 요건을 충족하는 지원자를 찾기도 힘들다. 세대원 합산 기준 중위소득이 75%(4인가구 기준 384만1000원)를 초과하거나 재산이 4억원을 초과하면 안 되는데 이러한 재산·소득 기준에 부합하는 노인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4억원이 조금 넘는 전세 빌라에 살면서 가족들이 각각 월 100만원씩 벌고 있는 4인가구 구성원은 지원 자격이 안 된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자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계약기간이 연말까지였던 기존 지하철 도우미들을 내년에도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기존 자격심사에서 불합격했더라도 연속 지원자는 합격시킬 수 있도록 채용조건도 대폭 완화했다.
서울시는 내년 사회적 약자 일자리 사업인 ‘동행일자리 사업’을 정하면서 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지하철 도우미는 제외했다. 이미 올해 실적을 위해 내년 몫을 당겨쓴 데다 복지 예산도 삭감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소득 기준을 높이고 지하철 도우미들을 위한 장비를 지급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