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가 중세 유럽의 흑사병 창궐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로스 다우서트 NYT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의 인구 감소 문제에서 두드러진 사례 연구 대상”이라며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3분기 합계출산율을 소개했다. 다우서트는 “이 같은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우서트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이 병역 자원 부족과 경제 쇠퇴, 도시 황폐화, 노인 방치 등 수많은 경제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남침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저출산의 원인으로 극심한 입시 경쟁과 젠더 갈등,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을 거론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1.0명이 깨진 뒤 2022년 0.78명, 올 3분기에는 0.7명까지 추락했다. 혼인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0.6명대 진입도 시간 문제다. 출산율 저하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리스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도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1위의 우리나라 초저출산율을 방치하면 추세 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2050년 50.4%, 2059년 79%로 높아진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저출산의 원인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고용·주거·양육 불안 등을 지목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은행 등이 제시한 것처럼 교육 개혁을 통한 경쟁 완화 및 사교육비 절감,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주택 가격 하향 안정,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 5년 단임의 정부가 ‘폭탄 돌리기’ 식으로 인구 문제를 다음 정부로 미룰 게 아니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출산과 보육·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파격적인 정책들을 하루빨리 마련해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해야 최근 2% 밑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