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문에 퇴거를 요구하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울산MBC 보도화면지난 1일 밤 화재가 난 울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 안에서 일가족 4명 중 어머니와 자녀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40대 아버지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40대 가장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오다 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4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께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신고가 울산 모 중학교로부터 접수됐다. 경찰은 해당 학생이 사는 아파트로 출동했지만, 이 집 가장인 A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자녀들이 집 안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찰은 직접 확인을 재차 요청했으나 A씨가 거부하자 현관문을 강제로 열기 위해 소방구조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구조대가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집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방 안에는 A씨의 아내,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자녀가 숨진 상태였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또 집 안에 불이 붙어 소방관들이 추가로 출동해 20여분 만에 진화했다.
경찰은 대기업 직원인 A씨가 경제적 문제를 겪어오다가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나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지난 9월 낙찰 후 퇴거 요구를 받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A씨의 집 현관문에는 ‘마지막 경고’라는 흰색 테이프로 붙힌 글귀가 있었다. 함께 붙은 경고장에는 ‘경고합니다.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는 문 앞에서 끝나지만 다음에는 계고합니다. 충분히 많은 배려해 드렸습니다. 잘 생각하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화재가 난 울산의 한 아파트 거실. 사진제공=울산소방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