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주4일제·성과급 900%…현대차 노조위원장 공약 "실화냐" [biz-플러스]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기아·한국GM 노조

2년간 노조 이끌 신임 집행부 선거전 돌입

현대차 노조 강성 후보 2명 결선투표 앞둬

기아는 입찰 비리 여파 투명성 강조 공약

정년연장·주4일 근무 등 파격 공약 난무

전동화 맞물려 험난한 노사관계 예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기아(000270)·한국GM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제조사의 노동조합이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는 선거전에 돌입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 대부분이 정년 연장, 주4일 근무제, 성과급 확대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내년 노사관계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현대차(005380)·기아·한국GM 지부는 각각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집행부의 뒤를 이을 대표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새로 선출된 집행부는 2년 임기로 2025년까지 노조를 이끌게 된다.

3사 노조는 금속노조 중에서도 조합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결집력도 강하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이 5만 명에 육박하고 연간 집행하는 예산도 100억 원이 넘을 정도라 집행부의 권한과 영향력도 크다. 노조 내부에서는 계파인 현장조직별로 후보를 꾸려 매 선거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현장조직은 정치권의 정당처럼 의견을 함께하는 노조 내부의 집단을 지칭한다.

올해 현대차 노조 선거는 1차 투표를 거쳐 최종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다. 총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지난달 30일 진행된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2명의 후보가 5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1차 투표에서는 현장조직 민주현장 소속의 문용문 후보가 득표율 37.9%로 1위에 올랐다. 민주노동자 소속인 임부규 후보는 26.2%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다. 현재 노조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금속연대 소속 안현호 후보는 3위에 그치며 재선에 실패했다.

결선에 오른 두 후보는 모두 강경 성향의 인물로 알려졌다. 1986년 현대차에 입사한 문 후보는 2012~2013년 2년 간 제4대 지부장을 지낼 당시 총 22차례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문 후보는 상여금 900% 쟁취, 주4일 근무제, 정년연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1996년 현대차에 입사한 임 후보는 금속노조 조직국장을 지낸 인물로 노동시간 단축을 약속하고 있어 회사를 상대로 강경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울산공장에서 임금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울산공장에서 임금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노조



기아 노조는 지난달 27일 하임봉, 김상구, 최종태 세 명의 후보자를 확정하고 선거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8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5일 2차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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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후보는 특별성과급 지급, 내년부터 62세로 정년연장, 중식시간 1시간 연장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 후보는 금요일마다 11시에 퇴근하는 4.5일제 도입을 약속했으며 직전 지부장을 지낸 최 후보는 64세 정년연장, 주 4일제 등을 공약에 넣었다.

후보자 모두가 노조 혁신과 회계 투명성 확보를 공약으로 내건 점이 주목할 만 하다. 현 집행부에서 1억 원 규모의 티셔츠 관련 입찰 비리가 발생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티셔츠 입찰 비리는 한 기아 노조 간부가 조합원에 지급할 티셔츠 2만 8200벌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입찰업체와 짜고 원가 1만 300원짜리 제품을 1만 5400원에 납품하도록 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억 4300여만 원을 챙긴 사건이다. 일부 조합원이 티셔츠의 낮은 품질을 문제 삼아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내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해당 간부는 배임수재, 업무상 배임,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하 후보는 노조 회계에 외부감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간부의 비리가 발생하면 집행부가 총사퇴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김 후보 역시 조합 비리 전수조사를 약속했으며 최 후보는 조합비 인하와 투명화를 공약집에 포함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울산공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울산공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29~30일 안규백, 장경대, 이창민 등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차 투표를 진행했다.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안 후보와 장 후보가 7~8일 2차 투표에서 다시 맞붙는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제조사가 기록적인 호실적을 거두며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데다 집행부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강경한 성향을 보이고 있어 내년도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특히 정년연장 이슈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 불안과 맞물리며 노조의 주된 요구 사항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년연장은 개별 회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만 고용 불안 문제 탓에 노조의 핵심 안건으로 부상할 것 같다”며 “선거 과정에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느라 후보자들이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는 측면도 있겠지만 노사 관계에 진통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 말했다.



유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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