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청법 개정 3년] “디지털 성범죄 늘었는데…정책과 판결은 오히려 후퇴”

[조진경 서울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통합지원센터장]

"아청법 이후 온라인 상 디지털 성범죄 늘었지만 관련 대책 전무"

디지털 성범죄 아동·청소년 피해자 1년 새 2배 증가

"온라인 성범죄는 길들이기 수법으로 교묘히 착취하는 방식"

"성매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패러다임 전환 있어야"

조진경 서울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통합지원센터장. 사진 제공=십대여성인권센터조진경 서울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통합지원센터장. 사진 제공=십대여성인권센터




“아동·청소년을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도 허술합니다. 법이 바뀐 지 3년인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진경 서울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통합지원센터장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상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를 유도하는 등의 신종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범죄 예방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2020년 ‘n번방 성착취 사건’ 이후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 아동·청소년들을 자발과 강제 관계없이 모두 ‘피해자’로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통념과 정책은 3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조 센터장은 모든 성매매 아동·청소년이 보호 대상으로 규정된 만큼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사준다는 말에 자신의 신체 사진을 거리낌 없이 성인 남성에게 전송한 10세 아동이 부모와 함께 센터를 찾았다. 조 센터장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것이 씁쓸한 현실”이라며 “스마트폰·정보기술(IT)의 발달로 가정 밖 위기 청소년들이 과거보다 더 손쉽게 성매매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온라인상에 안전망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n번방 사건 이후 오히려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났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 및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05명이었던 불법 촬영, 성착취물, 온라인 음란 행위 강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2021년 1016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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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 단체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운영해온 조 센터장은 올해 5월부터 서울시로부터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조례를 제정해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센터에서는 과거 성매매 피해에 한정됐던 지원을 아동과 청소년이 성착취로 유입되기 전 그루밍 단계부터 협박·성폭력 등 중증 피해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온라인상에서 점점 길들이는 교묘한 수법으로 성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방위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기관과 사법부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7월 법원은 13세 미만 초등학생에게 게임기를 사준다며 성착취를 한 피고인 6명에게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조 센터장은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게임기 등을 미끼로 유인했는데 여전히 강제성을 논한다”며 “법 집행기관부터 변화된 아청법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매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온·오프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유인하는 성범죄는 근절될 수 없다”며 “법이 개정된 만큼 성매매 아동·청소년이 보호 대상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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