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단양 마늘

정기복





여섯 쪽을 갈라



한 쪽을 심어도

어김없이 육 쪽이 되는 마늘

서리 내린 논밭에다

두엄 뿌려 갈아 묻고

짚 덮어 겨울 나면

봄 앞질러

언 땅 뚫고 돋는 새순

맵기는 살모사 같고



단단하기는 차돌 같은 단양 마늘

관련기사



​약값도 안 되고, 품값도 안 되는 것을

육순 노모

해마다 심는 정은

쪽 떼어 묻어도

육 남매 살 붙어 열리기 때문일까

쪽쪽 떼어 뿌려도

어김없는 육 쪽 마늘

저런 괴이한 일이 있나. 21세기 과학의 시대에 홍길동 분신술이 판을 치다니. 서리 내리는 까닭은 생육을 멈추라는 하늘의 뜻인데 가을에 심어 언 땅을 뚫고 나온다니. 성정 또한 포악하여 맵기가 살모사 같고, 차돌같이 단단하다니. 옛날 옛적엔 곰을 사람으로 만들어 짐승과 사람의 피를 어지럽힌 전력조차 있지 않은가. 육순 노모가 힘겹게 심어도 약값도 품값도 아니 된다니. 단양 육쪽 마늘 몇 접 사들여 겨우내 찧고 빻고 구워서 먹으리.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