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처인구가 들썩이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원삼면 일대 415만㎡(약 125만평)를 반도체 클러스터로 개발하기로 했고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 710만㎡(약215만평)도 삼성전자에서 300조를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개발하는 것으로 발표된 것이다. 발표 이후 토지에 관심 있는 많은 투자자들이 용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23일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토지(496㎡)가 경매로 진행 됐는데 최저가격 2억8619만원에 시작된 입찰에서 신건에 92명이 응찰해 무려 6억9000만원에 낙찰된 일이 있었다. 최저가격에 3배가 넘는 금액을 써낸 것이다. 경매 전문가들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용인 원삼면 토지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낙찰 받은 사람이 대금납부 기한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재매각으로 나오게 되었다. 해당 토지는 SK하이닉스가 들어오는 개발지와 인접해 있어 투자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왜 대금을 미납했을까? 물론 입찰가격을 과하게 쓴 느낌도 없지 않다. 낙찰받은 가격을 평당가격으로 계산하면 460만원인데 최근 주변 토지 시세를 보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해당 물건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있었다. 매각 당시 토지 위에 오래된 주택이 있었는데 매각에서 제외되었다. 다시말해 토지와 건물 중 토지만 경매로 나오게 된 것이다. 건물은 미등기 상태였다. 미등기 건물에 대해 경매 신청 채권자가 매각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자. 미등기 건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민법 제186조에 의하면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건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되어 있다. 다시말해 매매로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금을 납부하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등기해야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등기 건물과 토지를 매매할 때 통상적으로 매도인과 매수인이 토지와 함께 미등기 건물도 매각하는 것으로 계약서상에 기재하지만 건물에 대해 등기하지 않는다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은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매수인은 토지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미등기 건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대법원 65다113 판결에 의하면 “건물을 신축한 자는 등기하지 않아도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라고 했다. 건물을 신축해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원시취득’이라고 한다. 따라서 미등기 건물의 소유자는 최초에 건물을 신축한 사람이다. 이후에 토지와 함께 매매했더라도 건물의 소유권은 계속해서 최초에 건물을 신축한 자에게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매 물건의 경우 토지만 낙찰 받게 되면 미등기 건물에 대한 사후처리가 문제가 된다. 건물이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권원이 있어야 한다. 권원이라 하면 등기부등본에 지상권을 설정한다든지, 토지 임대차 계약을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해당 미등기 건물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권원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권원 없이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경우 토지 소유자는 건물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건물철거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정지상권이라는 권리를 갖추고 있는 경우 건물 철거 청구는 할 수 없게 된다. 법정지상권이란 건물 소유자가 토지 등기부등본에 지상권을 등기하지 않았지만 성립요건을 갖춘 경우 지상권을 설정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면 견고한 건물의 경우 30년 동안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토지를 사용하는 동안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를 갖게 된다.
경매 물건의 경우 법정지상권이 성립될까? 건물에 대해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면 토지를 낙찰 받은 사람은 건물 소유자에게 지료를 청구할 뿐이고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으면 건물에 대해 철거청구를 할 수 있고 토지를 인도할 때까지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려면 토지에 저당권(근저당권)이 설정 당시 건물이 존재하고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했다가 저당권의 실행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져야 한다.(민법 제366조) 또다른 경우는 관습상 법정지상권이라고 해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에게 속하였다가 매매, 증여, 강제경매,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때에도 성립한다.(대법원 87다카2404) 경매 물건의 토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최선순위 근저당 설정일이 2011년9월7일인데 당시 건물이 존재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이 발급되는 경우 사용승인 연도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지만 해당 건물은 건축물대장이 없었다. 이런 경우 위성사진을 통해 2011년 9월경 건물이 존재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확인해 보니 건물이 2011년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는 토지에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던 2011년9월7일에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물은 최초에 건축한 건축주가 원시취득자로서 소유권을 갖고 있었고 토지는 근저당이 설정되기 이전인 2010년3월11일에 토지의 소유권이 변경이 있었다. 정리하면 근저당이 설정된 2011년9월7일에는 건물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2010년3월11일에 토지가 타인에게 매매되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와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해당 건축물은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 경매로 토지를 낙찰 받은 사람은 건물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해당 주택에는 전입세대확인서상 토지의 채무자가 전입되어 있었다. 이들을 만나보면 아마도 건물의 소유권이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2010년3월11일에 토지를 매수하면서 미등기 건물도 매수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토지의 채무자에게 미등기 건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매수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미등기 건물은 등기하지 않으면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방법은 건물을 최초에 신축한 원시취득자를 찾아서 매수하면서 등기를 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방법은 미등기 건물에 대해 토지인도 및 철거 소송을 해서 판결 받아 철거 집행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있는데도 지난 낙찰자는 왜 대금을 미납한 것일까? 토지 낙찰자가 법리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어 불리한 사항이 없는데도...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토지를 낙찰 받은 사람이 대금납부를 위해 금융권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런데 토지상에 매각에서 제외되는 건축물이 있는 경우 금융권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자금마련에 어려움이 생겨서 미납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와 같은 특수한 경매 물건들, 예를들면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이나 지분경매의 경우 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하다. 물론 물건의 상황에 따라 일부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실행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해당 물건은 10월16일 재매각을 앞두고 있었는데 소유자가 채무변제하고 취하됐다. 다행스럽게도 낙찰 받았던 사람은 2023년10월18일 법원에 입찰보증금 반환 신청을 했고 입찰보증금을 돌려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