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주중대사관 협조 요청에도 묵묵부답…中, 요소 수출중단 지속될 듯

산업부 “3개월분 이상분 확보, 사재기 말라”

2년 전 요소수 사태 우려 시장 불안감 여전

中 싱크탱크, “한국, 우호적 협상에 나서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6일 한 직원이 진열된 자동차용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6일 한 직원이 진열된 자동차용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 사태에 우리 정부가 주중대사관이 나서 협조 요청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측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재고가 충분하고 수입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사재기를 자재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시장의 불안감은 당분간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싱크탱크는 요소 수출 중단이 정치적 의도가 완전히 배제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을 하며 한국이 우호적 협상에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사태 해결에 나설 지 주목된다.



6일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요소 수출 통제를 해제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한 주중대사관의 요구에 중국 관계 당국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서 우리 요구에 챙겨보겠다는 반응이었는데, 이후에 어떻게 됐다는 반응이 있거나 우리측 입장이 받아들여져 변화가 생긴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말부터 요소 수출 통관을 중단해 한국으로의 수입이 차단된 상태다. 이후에도 한국 기업의 수출 요청 물량은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지만 주중대사관에선 정확한 통계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소 수출 중단 사태와 관련 우리 정부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이날 현장 점검을 하며 불안감 확산 방지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재고와 중국 외 계약 물량이 3개월분 이상이고 베트남, 중동 등 수입 대체선도 확보해 2021년의 요소수 대란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물량만 구매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요소수 확보에 나서 가격이 훌쩍 뛴 상태다.



중국에선 한중 양국이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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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 분야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원의 샹하오위 아태연구소 특별초빙연구원은 이날 관영 매체 환구시보에 “2년 전 ‘요소 부족’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의 요청을 받고 약 1만8000t의 요소를 긴급 배정해 수출함으로써 한국의 급한 일(燃眉之急·눈썹이 탈 정도로 급하다는 의미)을 해결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양국의 우호적 협상을 통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기고했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은 호혜적·정상적 무역 행위지만, 중국 자신도 요소 수요가 큰 국가라 요소 생산은 원자재 공급과 가격 변동 등 요인의 영향을 받기 쉽다”며 “중국산 요소는 당연히 국내 수요를 우선 충족해야 하고, 부득이한 수출 통제 조치는 주로 국내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고문에서 샹 연구원은 “요소 부족 자체엔 정치적인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다만 현재 세계가 직면한 진영 대결, 지정학적 충돌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몇 해 동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위기가 겹치면서 한때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고, 미국의 일부 동맹국은 ‘경제 안보’를 지킨다는 깃발을 걸고 미국을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교란을 일으켰다”는 주장도 폈다.

기고문에서는 한중 관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샹 연구원은 “더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한국 외교 정책에 전환이 나타나 ‘친미소중(親美疏中·미국과 가깝고 중국과 멀어짐)’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라며 “중국과 관련된 일부 민감한 문제에서 충돌을 불러일으켜 중한 정치 관계의 분위기가 냉랭해졌고, 양국 경제·무역 협력의 신뢰에도 어쩔 수 없이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요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갖는 의심병은 실제로는 한국의 일부 인사의 공황증”이라며 “중한 관계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각종 해석이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정치화된 억측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샹 연구원은 이같은 우려 해소 차원에서 한국에 대해 “근본적으로 객관적·이성적인 대중국 인식을 수립하고, 대중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며 “전략적 사고를 바꿀 수 있다면 한국은 중국·미국 간 ‘양자택일’의 극단적 선택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구시보는 이날 별도 기사에서 “요소 수출 정책 조정은 절대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게 아니고, 완전히 국내 시장 공급 보장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현재는 내년 봄철 경작용 비료를 비축하는 단계로 화학비료의 가격 안정과 공급 보장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이번 중국의 수출 조정은 전 세계를 향한 것인데 지금 한국만 고도로 민감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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