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부모가 유치원 조합원…함께 꾸리니 아이가 행복"

아이가행복한유치원 운영하는 이형규 이사장 인터뷰

3년전 학부모 뜻모아 동탄서 설립

운영·재정 등부터 청소까지 참여

생업·공동육아 병행 쉽지 않지만

신난 아이 보며 부모들도 행복

졸업후에도 네트워크 이어갈 것

이형규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경기 동탄 아이가행복한유치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형규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경기 동탄 아이가행복한유치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년 드러난 사립 유치원의 부정과 비리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켰던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올 정도로 분노했다. 정부는 부모들의 마음을 달래고자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한번 깨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급기야 일부 학부모는 이럴 바에는 우리가 직접 유치원을 만들어보자고 나섰다. 경기도 동탄에서 2020년 3월 설립돼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의 시작이다.

아행유는 원아 부모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즉 아행유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한 아이의 부모를 넘어 유치원을 운영하는 조합원이자 운영자라는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형규 조합 이사장도 2년째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만 7세 아이의 학부모다. 이 이사장은 “학부모들이 조합원이 돼 각자 지분대로 투표권을 가진 채 함께 운영한다면 비리 없는 투명한 유치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며 “유치원 운영과 재정 관리, 시설 유지나 교육 방침, 행사 기획 등 부모들이 신경 쓰일 만한 부분들은 모두 소위원회를 꾸려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 청소도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합니다. 부모 대부분이 직장인이니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는 청소하는 일이 쉽지는 않죠. 하지만 돈을 주고 사람을 쓰면 부모 마음처럼 꼼꼼하게 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모두가 알기에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아행유가 다른 유치원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 예컨대 부모들이 모두 조합원이므로 언제든 유치원을 오갈 수 있게 했고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교사들과 협의해 CCTV 설치·열람 등을 자유롭게 했으며 조리실을 개방해 아이들이 무엇을 먹는지 항상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학예회나 매해 열리는 해 보내기 잔치 등 행사 준비도 모조리 학부모의 몫이고 교사들은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에만 집중하는 환경을 구축한 것도 특징이다.

관련기사



지난 4년간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무슨 일을 하든 70명이 넘는 조합원이 뜻을 모아야 하니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진다. 또 조합원 모두가 생업이 따로 있는 만큼 유치원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공동 육아 경험은 부모도 훌쩍 자라게 했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유치원을 다니고 있고 부모들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기에 때때로 경험하는 힘든 순간이나 갈등도 대체로 슬기롭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참여가 어색해 다른 아빠들처럼 뒤로 빠져 있는 날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들은 초등학생만 돼도 부모랑 놀아주지 않지 않느냐”며 “아이가 아빠를 찾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때라는 생각이 들어 추억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교육 철학을 가진 부모들이 연대하는 경험은 특히 뜻깊다. 최근 조합이 유치원 이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유다. 이 이사장은 “아이를 졸업시킨 학부모들끼리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해왔던 돌봄과 교육이 그 이후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 너무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들 한다”며 “공동 육아를 넘어 교육관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초중고 교육까지 해나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공동 교육까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구상을 이사진들이 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희망찬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유치원 경영이 안정된 덕분도 있다. “처음 설립 때는 지역 사립 유치원의 반대가 심해 ‘이상한 곳’이라는 소문도 나고 원아 모집도 쉽지 않았어요. 특히 개원 초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등원이 미뤄지는 등 문제가 많았죠. 그래도 그 시간을 함께 견디고 버티다 보니 이제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가족도 부쩍 늘었습니다.”

실제 아행유에 등록하는 아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교육청 정원의 90%는 너끈히 채우고 있다. 그동안의 적자도 대부분 메웠다. 이 이사장은 “당장은 재정이 타이트하지만 내후년까지도 지금처럼 원아가 유지된다면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이들의 복지나 교육 활동, 교보재, 시설 유지 등에 투자해서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