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인력 부족으로 근로자들이 더 좋은 조건을 골라 이직하던 이른바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 이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수그러들면서 미국 직장인들은 퇴직에 신중해진 모양새다.
5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0%에 달했던 자발적 퇴직 비율은 10월 2.3%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직장인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는 자신감이 줄어 회사를 덜 그만두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퇴사한 근로자 수는 매달 400만 명을 넘을 정도였지만 현재는 360만 명으로 줄었다.
채용 공고 자체도 줄어들었다. 10월 민간기업의 구인(채용 공고) 건수는 873만 건으로 전월(935만 건)보다 61만 7000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940만 건)도 밑돌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바라는 방향이다. 통상 구인 건수가 많고 실업률이 낮을수록 경제가 호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팬데믹 이후 미국은 사정이 달랐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발발하면서 미국 베이비붐(1946~1964년 생)이 조기 은퇴하는 등 근로자들이 노동 현장을 대거 떠났다. 그 여파로 실업률이 3.5%로 역대 최저로 낮아졌지만 고용 시장에 일손은 계속 부족했다. 일할 사람은 모두 일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임금을 올려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이들을 채용해야 했다.
최근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WSJ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내 월 별 평균 채용 건수는 23만9000건으로 2021년 60만건, 지난해 40만건에서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지난해 3월 이후 올 상반기까지 6%를 웃돌았지만 10월에는 5.2%로 낮아졌다.
구인 건수가 줄면서 구직자(실업자) 1인당 열린 일자리 수도 지난해 3월 2.01개에서 10월 1.34개로 감소했다. 2019년 평균치인 1.2개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과열 단계를 지났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스타우트 폴 이코노미스트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1.2개는 팬데믹이 없었을 경우 예상치보다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6일 민간 급여 관리서비스업체 ADP가 발표한 민간 고용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0만3000명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12만8천명을 밑돈다. 10월 수치는 기존 11만3000명에서 10만6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올라 전달의 5.7%보다 둔화했다. 이날 수치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
시장의 눈은 8일 발표될 11월 고용 보고서에 모아지고 있다. WSJ가 집계한 11월 비농업 고용 수는 19만 명으로 전월(15만 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패시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톰 그래프는 “시장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에서 경제지표 둔화로 바뀌는 중”이라며 “11월 고용 보고서가 전월보다 더 둔화한다면 경기에 대한 우려는 더 심해질 것이고 연착륙 대세론이 경착륙 우려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