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레프 톨스토이의 이 명문장은 성장 단계를 밟아 가는 초기 스타트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대개 모습이 비슷하지만 실패하는 기업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실패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페인 포인트’(pain point)’라고 불리는 시장 내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장 규모가 큰 분야에서 사업 모델(BM)을 개발·검증한 후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든다. 실패하는 기업들은 각자 다양한 문제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시니어 케어 플랫폼 케어닥은 성공하는 기업이 밟는 수순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케어닥의 대표 상품은 간병인 매칭 서비스 ‘케어닥’이다. 고령의 노인이나 환자 등 간병이 필요한 사람과 간병인을 연결시켜 주고, 간병인에게 주는 급여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사업 모델이다. 올 9월 기준 누적 거래액은 1500억 원, 매달 활동하는 ‘케어코디(간병인)’ 수는 3500명, 매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수는 1만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17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 투자 유치를 마쳤다.
케어닥은 우선 빠른 고령화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간병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50만 명에 달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고령층 26.1명을 부양하는 구조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고령층 돌봄과 요양 등을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어서 간병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았던 요양시설 내 의사, 간호사, 병사 수 등 각종 요양 시설 관련 정보 제공에 집중했다. 이용자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점도 매길 수 있게 했다. 요양 시설의 수준이나 장단점을 미리 알아야 가족의 케어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한 ‘정보 비대칭 시장’이라는 페인 포인트를 공략한 것이다. 정보 공개에 민감한 요양 시설의 저항이 컸지만 뚝심있게 밀어부쳤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초기 일부 시설에서 고소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등 반발이 작지 않았지만 결국 정보 공개로 시장이 투명화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양 시설의 정보 제공 후에는 간병인 매칭에 집중했다. 간병인 시장에서의 페인 포인트는 간병인이 노인 등을 폭행하거나, 노인이 간병인에게 폭언·폭행 등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이런 갈등의 원인을 “서로에 대한 정보 부족에 따른 불신”이라고 봤다. 케어닥은 불신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간병인 평점, 간병인 과거 이력 공개 등 다양한 정보 제공을 택했다. 아울러 간병인에게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업무 시간과 장소 등을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만족해야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서비스 품질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고객과 간병인 간 갈등을 방지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리스크관리(RM) 부서를 신설해 간병인이 받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또 케어닥이 직접 조성한 요양 시설에서 간병 서비스를 실시하는 신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일반적인 서비스업은 갈등이 발생할 때 환불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시니어 케어 사업은 그렇지 않다”며 “어느 주체에 책임을 묻기보다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회 전체적으로 ‘효도’라는 긍정적 가치를 전파하면서도 기업으로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