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중동 투자자들이 동남아시아 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중동 투자자들은 2018~2019년에 동남아에서 7건의 투자 거래를 체결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 숫자가 59건으로 급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비롯한 각국의 국부펀드가 투자를 이끌었다. 운용 자산 규모가 4750억 달러에 달하는 카타르투자청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기반의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카썸(Carsome)'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같은 해 UAE의 모하메드 빈 라시드 혁신펀드(MBRIF)가 인도네시아 기업 아바니에 투자했고, 또 다른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도 싱가포르의 탄소배출권 거래소 '에어카본(ACX)'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했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자회사인 아람코벤처스는 10월 싱가포르의 재생에너지 인증 업체인 레덱스에 대한 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주도했다.
이 같은 투자 열기는 동남아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FT는 진단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코에 따르면 동남아 스타트업에 투자한 민간 자금은 올해 상반기 총 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특히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동남아 투자를 줄인 영향이 컸다.
잉란 탄 인시그니아벤처스 대표는 "(중동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로 동남아 기업이 성장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중동 현지 스타트업들에 적용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남아 투자가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7년 동안 동남아에 투자한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4%로 인도(10%)와 중국(50%)보다 크게 낮았다. 한 중동 국영펀드의 임원은 "투자 결과가 문제"라며 "동남아 투자 수익률은 중국은 물론 인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보다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