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영업이익 추정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미달 기업 비중도 평균 76%에 달했다. 금융 당국은 스팩 상장 기업이 미래 영업 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한다고 보고 평가 이력 공시 강화를 포함해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7일 2010년부터 2023년 8월 중 상장한 139개 스팩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1~5차 연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는 106억 원이지만 실제치는 44억 원으로 58.7% 미달했다고 밝혔다. 매출액 추정치는 571억 원이었지만 실제로는 469억 원으로 추정치 대비 17.8% 못 미쳤다. 스팩 상장이란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상장한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비상장 기업이 주식시장에 신속하게 들어올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 기업공개(IPO)를 말한다. 스팩 상장 비중은 2018년 전체 IPO의 13.8%에서 지난해 20.7%로 증가했다.
분석 대상 중 매출액 추정치 미달 기업 비중은 평균 76%, 영업이익 미달 기업 비중은 평균 84.1%로 나타났다. 개별 사례를 보면 A 바이오 기업은 특정 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을 통해 1430억 원의 매출 발생을 추정했지만 임상시험 등이 지연되면서 매출 발생 예정일이 1년 이상 지난 상황에서도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B 콘텐츠 기업은 수주가 진행 중인 모든 건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가정해 346억 원으로 추정했지만 최종 수주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매출액은 추정치의 10분의 1인 35억 원에 불과했다.
통상 스팩 상장 기업 가치는 미래 영업 실적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수익 가치와 최근 재무상태표의 순자산에서 조정 항목을 가감한 자산 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정하는데 수익 가치는 추정한 미래 영업 실적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수익 가치를 지나치게 낙관해 부풀린 셈이다.
이에 금감원은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와 외부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이 기업 가치 고평가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합병 성공과 업무 수임을 우선해 투자자 보호 노력이 미흡하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내년 1분기부터 회계법인의 스팩 상장 기업 외부 평가 이력과 외부 평가 업무 외 타 업무 수임 내역 등을 증권신고서 공시 항목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은 최근 3년 동안 평가한 스팩 상장 기업의 영업 실적 예측치와 실제치 및 그 차이 등을 기재해야 한다.
또 스팩 상장 기업의 영업 실적 사후 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작성 양식 개선도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유사 기업의 재무지표와 주가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산출한 가치인 상대 가치의 활용도도 높일 계획이다. 외부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과는 실무 간담회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평가 업무의 객관성을 제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가치가 고평가되면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되고 결국 투자자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미래 영업 실적 추정의 근거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등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