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의 시론이 거센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워킹맘과 브런치 맘들을 ‘소아과 오픈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우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의대증원 정원 현안을 둘러싸고 의료계 간 불협화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소청과의사회는 "(우 원장의 발언은) 육아가 뭔지 전혀 모르는, 꼰대스럽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라며 "의료 현장의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나 분석조차도 못 한 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의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잃게 한 우봉식 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들은 밤새 아팠던 아이를 업고 그나마 남아있는 병의원으로 뜀박질할 수밖에 없다"며 "어렵게 치료받고 나서 조부모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뒤로하고 직장으로 간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또 "현재 모든 소아의료 인프라가 철저히 붕괴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진찰료에만 의존하는 수입 구조, 저출산, 코로나19 등이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 폐업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월급 받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취업할 곳이 없어졌고, 이에 이 과목을 전공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의대학생들과 인턴들도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 원장은 최근 발간한 의협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올린 시론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은 저출산으로 소아 인구가 줄면서 의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일부 엄마들이 맘카페(육아카페)에 퍼뜨리는 악의적 소문이나, 아침 시간에 환자를 데리고 몰려오는 직장인 엄마들도 '오픈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