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동십자각]미운 오리새끼 카카오





‘경영진 혹은 측근에게 편중된 보상.’

카카오가 ‘국민 기업’에서 ‘국민 밉상’으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 이보다 적확한 지적은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 이 같은 지적을 카카오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제기했다는 점에서 내부 파장이 상당하다.



실제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쪼개기 상장’을 통해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카카오 관련 주식은 상장만 하면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으며 개미투자자의 자금을 쓸어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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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상장에 따른 과실의 대부분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비롯해 관련 측근이 가져갔다는 점이다. 우선 김 창업자는 불어난 카카오 몸값 덕분에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부자 순위에서 1위에 등극했다. 카카오 주가는 최근 2년여 사이에 반 토막이 났지만 김 창업자의 자산은 여전히 조(兆) 단위다.

카카오 경영진 또한 천문학적 보상을 받았다. 조수용 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357억 4000만 원의 보수를 챙겨 보수 총액 기업인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수 총액 2위는 331억 8400만 원을 수령한 여민수 전 카카오 대표가 차지했다. 같은 기간 스톡옵션 행사 차익을 제외한 카카오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9500만 원에 그쳤다. 최고경영진의 보수액이 직원 평균 급여 대비 330배 이상 많은 셈이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또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궁 전 대표의 올 상반기 보수는 96억 83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스톡옵션 행사 차익을 제외한 카카오 직원 평균 급여액이 5000만 원이라는 점에서 200배에 가까운 보수를 받은 셈이다.

카카오 경영진은 이 와중에 ‘먹튀’ 사태까지 일으켰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 23만 주를 상장 한 달 뒤 매각해 업계 추정 470억 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 보상액의 상당 부분이 상장 등을 통한 투자금으로 조달됐다는 점은 가뜩이나 밉상으로 전락한 카카오의 이미지를 보다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김 창업자는 11일 카카오 임직원들과 2년 10개월여 만에 대화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현 사태와 관련해 ‘백약이 무효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다만 ‘승부사’로 불리는 김 창업자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미운 오리 새끼 카카오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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