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하림 "영구채 유예·자사주 매입" 요구에…산은·해진공 엇박자

■우협 선정 앞둔 HMM…주식매매계약 전 논란 가열

산은 "큰틀 문제없다" 영구채 모두 전환서 '유예'로 선회

미전환 땐 인수측 배당액 2800억↑…지분 추가 확보 가능

하림 "정상적 협의과정" 일축…해진공은 "안전장치 마련을"





HMM(011200)의 새 주인이 될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우협 대상자로 유력한 하림그룹이 요구하는 자사주 매입과 영구채 3년 유예 등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림 측은 매각 조건은 우협 선정 시점 전후로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해운 업계에서는 과도한 혜택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특히 매각 측 내부에서 파열음이 커지면서 최종 발표 시점이 다음 주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KDB산업은행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JKL파트너스(하림그룹)는 매각 측에 △HMM 자사주 매입 허용 △JKL파트너스 보유 지분 5년 내 매각 허용 △산은·한국해양진흥공사 사외이사 지명 불가 △경영 관련 사전 협의 미수용 △잔여 영구채 전환 3년 후로 연기 등을 제시했다.

우선 산은은 올해 7월 매각 공고를 내면서 매각 대상 주식을 3억 9879만 주, 비율로는 약 38.9%라고 밝혔다. 현재 HMM의 상장 주식 수는 6억 8904만 주가량이다. 이를 고려한 현시점에서 매각 지분 비율은 57.9%다. 그런데도 약 38.9%라고 적은 것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나머지 영구채 1조 6800억 원어치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이 보유 중인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 HMM의 상장 주식은 총 10억 주가량이 된다.




하지만 산은은 이 같은 입장을 바꿔 영구채 유예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은은 본입찰 전 인수 후보자들에게 주주간계약서(SHA) 초안을 보냈고 하림과 동원로엑스(동원그룹)가 이에 대한 자사의 의견이 담긴 수정안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하림이 영구채 전환 일정을 늦추고 자사주 매입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안을 회신한 것이다. 당초 매각 측이 보낸 초안에는 △배당 1년간 5000억 원씩 3년간 1조 5000억 원으로 제한 △매각 측 사외이사 지명 △HMM 인수 뒤 보유 지분 5년 보유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하림이 주식 전환을 3년 유예해달라는 것은 HMM이 보유한 현금으로 채무를 갚겠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며 “영구채 전환이 늦어지면 그 기간 공공기관의 지분은 제로가 되고 인수 측이 마음대로 경영권을 휘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실제 매각 측이 HMM 배당 가능액을 5000억 원으로 묶어두더라도 영구채 전환이 안 되면 인수자는 현재 지분만큼인 2895억 원을 받아갈 수 있는데 이는 영구채 전환을 고려한 38.9% 때보다 매년 950억 원, 3년 동안 2850억 원을 더 챙겨가게 된다. 자사주 매입도 비슷하다. 이다음 인수자에게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면 내부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향후 공공기관의 영구채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해줄 거면 동원도 처음부터 금액을 높게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천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하림의 인수를 도우게 될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점도 협상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난제다. 경영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보통 기업 지분을 인수한 뒤 5년 이내 매각해 차익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림은 몰라도 JKL의 지분 매각 시점은 앞당겨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 일각에서는 하림의 요청을 모두 수용하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하림보다 가격을 낮게 써낸 것은 맞지만 정성 평가에서 우위를 보인 데다 추가 요청안도 단순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림 측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면 HMM의 경영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하림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매각 측이 원하는 조건을 얘기하라고 해서 한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하림 측은 “주식 매매계약 날인 전까지 양측이 계속 협상을 하는 것은 모든 인수합병 과정에서 밟게 되는 정상적인 절차”라면서 “이런 협상을 공정성 논란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HMM의 우협 선정 발표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해진공은 우협 선정 전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고 하는 반면 산은은 큰 틀에서 문제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차라리 유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인수전에 나선 두 회사의 이날 주가는 엇갈렸다. 팬오션은 전날 대비 1.15% 하락한 4315원을 기록했지만 동원산업은 1.84% 상승한 3만 3200원에 마감했다. 특히 팬오션은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달 들어 건화물지수가 빠르게 하락한 것이 팬오션 주가 하락세의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HMM 인수로 대규모 자금 차입이 예상돼 금융비용이 늘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필 기자·이충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