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대입 실적·집필진 경력 뻥튀기…'사교육 카르텔'에 과징금 18억

공정위, 대형학원 등 9곳 제재

표시광고법 위반 무더기 적발

尹 강력척결 언급 후 속전속결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 연합뉴스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험생을 현혹하는 부당 광고를 일삼아온 9개 대형 입시 학원 및 출판사에 18억 3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0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직접 언급한 지 179일,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조사를 시작한 지 153일 만에 내려진 초스피드 제재다.



시정·공표 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업체는 메가스터디교육(11억 9900만 원)을 비롯해 하이컨시(3억 1800만 원), 디지털대성(1억 6600만 원) 등 5개 학원사업자와 이감·이매진씨앤이 등 4개 출판사업자로 총 19개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를 적발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입 수험용 교재에 집필진 경력을 허위로 광고한 경우가 가장 많이 적발됐다. 특히 메가스터디는 교재 집필진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출제 경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검토위원 경력을 ‘전직 수능 출제위원’으로 둔갑시켰다.

이매진씨앤이는 외부 누설이 금지된 수능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3회에서 8회로, 이투스교육은 3회에서 7회로 ‘뻥튀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 출제·검토위원은 수능 출제에 참여했음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며 이를 어길 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감수한다는 비밀 서약서를 작성하지만 이를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해온 셈이다. 메가스터디교육은 학원 강사의 교재를 홍보하면서 평가원 시험 출제위원들에게 자문을 받았다고 속였다.



‘최다 1등급 배출’ ‘수강생 최다 보유’ 등 근거 없이 학원 실적을 과장 광고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메가스터디교육은 논술 강좌를 홍보하면서 매년 현장 수강생 50명 이상이 합격했다고 떠벌렸으나 실제 합격생은 매년 최대 15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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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환급형 상품을 판매하면서 ‘의대 등 주요 대학에 합격만 하면 장학금 명목으로 환급금이 지급’되는 양 광고했으나 매년 100~200명의 수강생은 재학 여부 확인 시점 이전에 자퇴했다는 이유로 환급을 거절당했다. ‘100% 환급’ 등의 문구와 달리 전자 결제 대행사 수수료 등을 수험생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학생들은 광고만 보고 이런 세부 조건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던 만큼 기만 광고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번 사안은 올 6월 윤 대통령의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인가”라는 발언에서 출발했다. 교육부는 곧장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꾸려 표시·광고법 위반 의심 사례를 공정위에 넘겼다. 공정위는 7월 11일 대대적인 사교육 업체 현장 조사에 전격 착수한 후 약 80일 만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두 차례 심의 끝에 속전속결로 사건을 처리했다.



공정위는 공교롭게도 2024학년도 수능 시험 성적표 배부 당일인 8일 이 같은 무더기 제재 내용을 사전 브리핑했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사교육 시장의 부당 광고 관행이 개선되고 사교육비 부담 경감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개 사업자 모두에게 공표 명령을 내려 홈페이지 등에 법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도록 했다”며 “이로써 수험생들이 강의 및 교재 구매 시 거짓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고등학생 사교육비는 약 7조 원 규모로 제재 대상인 대형 업체들이 사실상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이컨시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학원 ‘시대인재’에서 수능 만점자가 나오면서 약발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한 입시 업체 관계자는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배제에도 수능이 어려웠고, 수능 만점자 등이 강남 대형 입시 학원에서 나온 만큼 사교육 수요는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교육 업체에 대한 교육 당국의 압박 수위가 당분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유현욱 기자·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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