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000240)(옛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을 놓고 장남 조현식 고문과 차남 조현범 회장의 분쟁이 일어난 가운데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등판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조 고문과 연합한 MBK파트너스의 공매 매수 인수 가격을 웃돌면서 조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향후 MBK 측이 인수 가격 상향 등 막판 반전을 꾀할 수 있어 자금력이 풍부한 조 명예회장이 차남의 백기사로 등장해 형제 간의 다툼을 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3년 전 차남에 지분 전량을 넘기며 승계 작업을 끝낸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이미 3년 전에 차남을 후계자로 지목해 경영권 승계를 마친 만큼 아직까지는 이번 분쟁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현 상황이 MBK 쪽에 유리하게 흐르면 그룹 경영권이 조 씨 가문에서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명예회장은 조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다. 조 고문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 자녀들과는 성년 후견 재판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졌다. 조 이사장이 2020년 자신에 대한 성년 후견을 신청하자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은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뒀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조 이사장에 대해서는 “우리 딸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조 명예회장은 자금력도 풍부하다. 그는 2020년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 회장에 넘겼다. 지난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한국타이어) 지분 5.67%도 조 회장에 전량 증여했다. 지분을 승계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손에 넣었다. 두 회사의 매각 대금만 5400억 원(한국앤컴퍼니 3000억 원, 한국타이어 2425억 원)이 넘는다. 경영 일선 당시 계열사 배당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이번 공개 매수에서 최대 지분(27.32%)을 확보할 때 투입할 자금(5186억 원)을 훨씬 웃돈다.
조 회장 측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42.03%로 우호 지분을 7~8%만 추가 확보하면 조 고문과 MBK측의 공개 매수 사태를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8일 종가 기준 1682억 원 정도의 자금이면 된다. 조 명예회장이 풍부한 자금을 활용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사들이면 조 고문 측이 막판에 공개 매수 가격을 올리며 공세 수위를 높여도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현재로도 충분히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입장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조 명예회장이라는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조 회장의 자금력이 알려진 것과 달리 풍부하지 않다는 점도 조 명예회장의 등판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다. 현재 조 회장은 본인의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담보로 1900억 원을 빌린 상태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25.52%가 담보로 잡혀 있다. 자신이 소유한 지분 42.03%의 절반 이상이 묶여 있는 셈이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지분이 아직 남아 있지만 대출이자율이 최대 5.9%에 달해 추가로 자금을 빌려 지분을 매입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