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배율 단위의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이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상품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천연가스, 원유 등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원자재 관련 상품이 우선 출시된 후 서학개미들을 사로잡은 ‘테슬라 1.5배’처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11일부터 기존 레버리지·인버스 배율 이내에서 소수점 배율의 ETF 출시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2배 이내의 정수배율 상품만 허용했지만 상품 다양화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2배 배율 이내에서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자유롭게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0.5배, 1.5배 상품부터 상장·거래를 시작하고 내년 4월부터 대상을 더 넓힐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시스템 구축 작업을 마치면서 기존 일정에 맞춰 11일부터 전면 시행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1.79배 레버리지 ETF 상품도 상장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운용사가 소수점 배율 상품 출시 의사를 밝히고 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정하고 출시 준비를 대부분 마친 운용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소는 다양한 배율의 상품 도입을 허용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변동성을 지닌 상품은 상장시키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실제 한 자산운용사가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관련 지수를 1.5배 추종하는 ETF의 상장 여부를 거래소에 문의했으나 반려됐다. WTI 자체가 높은 변동성을 지닌 자산인데다 이미 상장돼 있는 WTI 관련 ETF의 거래량이 적어 1.5배 상품의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을 준비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의 물밑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관련 소수점 배율 ETF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통상 천연가스, 원유 등 원자재는 특성상 변동성이 매우 높은 자산인데 0.5배 등 1배 미만 배율 상품으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서다.
단일종목 1.5배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올 들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1.5배 ETF(TSLL)’를 1억 7929만 달러(약 2366억 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일종목 ETF는 채권과 혼합된 채로 운용돼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투자가 가능해 개별 종목에 대한 비중을 크게 가져가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집중된다”라며 “1.5배 단일종목 ETF가 상장되면 이런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