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이번에는 업무추진비 갈등…고양시·시의회 깊어지는 감정 싸움

市, 시의회 업무추진비 90% 삭감해 예산 편성하자

고양시장 역점 사업부터 전 부서 업추비도 삭감 의결

김영식 의장 "시장 위한 예산만 편성, 여당 내부서도 불만"





경기 고양시가 내년도 시의회 업무추진비를 대폭 삭감해 편성하자 예산 심사 권한을 가진 시의회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본예산 처리가 늦어져 초유의 준예산 사태로 출발한 고양시는 시장의 업무추진비 삭감과 잇단 조직개편안 부결 등 사사건건 시의회와 부딪혀 왔다. 시장과 시의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고 여야 동수이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이동환 고양시장의 ‘불통’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높다.



10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본예산에서 의장·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에 대한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한 1915만 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자 시의회는 올해 초 시장·부시장의 업추비 90%를 삭감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로 해석했다.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각 상임위별로 실시된 예산심사에서 시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안 중 전 부서의 업추비를 전액 삭감했다. 또 주요 시책 홍보비용을 시작으로, 민생경제와 일자리 마련을 위한 시책추진비도 모두 쳐냈다. 이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청사 이전 추진비용과 홍보비, 세계도시포럼 행사비, 도시브랜드 해외마케팅 출장을 위한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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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고양시의장은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필요한 예산은 편성 단계에서 사라지고, 시청사 이전 문제나 해외 출장 등 고양시장을 위한 예산만 반영했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고양시장은 며칠 새 두 번의 해외 출장을 떠난 상태”라고 밝혔다. 지금 분위기면 시와의 협치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의회에 팽배하다.

이러한 갈등 속에 사업을 추진해야 할 집행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당장 주요 시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회의나 간담회, 용역 비용 등이 없다 보니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내부 직원들의 동요도 나타나고 있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수차례 설득했지만 시장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시의회와의 관계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민선 8기 들어 고양시와 시의회가 사사건건 대치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핵심 부서의 동력도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경제자유구역 영향평가 용역 예산(25억 원) 정도만 시가 제출한 안에서 남아있다. 내년 시 예산안은 예산결산위원회를 거쳐 오는 15일 최종 결정된다. 시장과 시의회의 충돌로 시청사 이전 등 고양시의 역점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원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집행부와 의회의 견제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의 비판을 받게 된다”며 “양자가 대립할 때는 항상 유권자인 주민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양=이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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