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SK·현대자동차 등 총수가 있는 ‘10대 대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이 196조 4000억 원을 기록해 최근 5년 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와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상품·용역 거래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공정위는 올 5월 지정된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503개 계열 회사를 대상으로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내부거래 현황을 살폈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96조 4000억 원으로 공시됐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금액(275조 1000억 원)의 71.4%를 차지하는 수치다. 아울러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는 전년(155조 9000억 원)보다 40조 5000억 원 늘어 최근 5년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12.2%)보다 높은 13.9%로 나타났다.
10대 집단 중에서도 SK(21조 9000억 원)와 현대차(9조 5000억 원), 포스코(6조 8000억 원)의 내부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SK는 유가 상승에 따라 SK에너지 계열 회사를 통해 발생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에 대해서는 “글로벌 완성차 판매 호조세에 따라 수직 계열화 부품 매출이 늘어나면서 내부거래가 함께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편 전년과 마찬가지로 총수 일가와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추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소속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7%를 기록했으나 △30% 이상 12.6% △50% 이상 18.8% △100% 27.7% 등으로 총수 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함께 늘어났다.
총수 2세 지분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7.9%였으나 △30% 이상 19.4% △50% 이상 25.8% △100% 25.2%로 높아지는 추이를 보였다.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올해 처음 공개됐다.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21.2%(477조 3000억 원),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2%(275조 1000억 원)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국내외 계열사 전체 내부거래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4%로 금액은 752조 5000억 원이다. 홍 과장은 “국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큰 집단은 한국타이어나 삼성, 그리고 금액이 큰 경우는 SK·현대차 이런 집단들”이라며 “국외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국내 수출 기업이 해외 판매 법인과의 사이에서 대규모 판매 매출이 발생한 데서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데 관해서는 부당 내부거래 발생 소지가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홍 과장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크다는 것만으로 부당 내부거래의 소지가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