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2030년까지 3배 확대” 서약했지만…고금리에 좌초하는 신재생[뒷북 글로벌]

Global What ■고금리에 제동 걸린 신재생

오스테드, 풍력발전 사업 2개 중단

바텐폴, 세계 최대 풍력 건설 파기

장기간 고금리에 사업 비용 급증

대출성 자금지원에 부채위험 증폭





세계 해상풍력 1위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지난달 미국 뉴저지에서 개발하던 대규모 풍력발전소 프로젝트 2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하디 오스테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해상풍력과 같은 자본 집약적 프로젝트의 최대의 장애물은 이자율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라면서 “우리가 너무 낙관적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동남아의 주요 탄소 배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석탄화력발전 감축을 위한 선진국과의 협의인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을 이탈하려 하고 있다. JETP는 주요 7개국(G7)을 비롯해 여러 국제기구들이 신흥국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본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자들은 그러나 해당 자본이 보조금이 아닌 대출로 지원되기 때문에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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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의 기후 프로젝트들이 고금리의 역풍을 맞아 줄줄이 좌초하고 있다.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을 포함한 130여 개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는 협약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나 장기간의 고금리와 신흥국들의 부채 리스크는 이 같은 목표를 위태롭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자본을 사업 초기 단계에 조달한 후 수년에 걸쳐 전력을 파는 비용으로 부채를 상환한다. 폴리티코는 “사업자가 청구할 수 있는 요금이 자금 조달이 완료되기 전에 합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자율의 변동을 견뎌내기 어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만트 신하 리뉴파워 CEO도 “이자율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매우 과소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는 오스테드에 앞서 신재생 기업 에이번그리드가 매사추세츠주와 맺은 수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건설 계획을 파기했다. 에이번그리드는 2020년께 주정부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2% 수준이던 금리는 현재 5% 수준까지 뛰었다. 해상풍력 사업이 줄줄이 좌초하면서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치 용량을 30GW(기가와트)로 확대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언도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유럽에서도 스웨덴 해상풍력 기업 바텐폴이 올 7월 영국 북해에서 진행하던 1.4GW 규모의 세계 최대 풍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선진국들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신흥국들이다.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국영 전력회사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을 연기했다. 전력이 부족한 베트남 역시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규모 폐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흥국 지도자들은 선진국들의 자금 지원이 심각한 국가 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부채 리스크로 전이돼 정치적·경제적 불안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공공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84%에서 지난해 92%까지 증가해 신흥국들의 차입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선진국의) 기후 자금은 개발도상국의 부담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다 건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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