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래미안·힐스테이트·자이 공공주택' 길 열렸지만…브랜드 가치·수익성 우려에 참여 미지수

■ LH 공공주택 사업 민간 개방

미분양 매입 등 인센티브 준다지만

싼 공사비에 대형사 유인효과 적어

일각선 분양가 상승 가능성 지적


정부가 12일 내놓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안’의 핵심은 공공주택 사업의 민간 개방이다. 그동안 공공주택 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LH와 같은 공공기관만 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가 공공주택 공급량의 72%를 차지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지방 공사가 나머지를 공급한다. LH의 발주 규모만 연간 10조 원에 달한다. 공공주택 업무와 권한이 LH에 집중되고 ‘전관 카르텔’과 같은 악습까지 겹쳐 결국 ‘철근 누락’ 사태가 초래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LH의 공공주택 사업에 최초로 민간을 끌어들여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LH와 민간 건설사를 경쟁시켜 우수한 사업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간 건설사는 LH에서 택지를 분양받은 후 래미안·자이·힐스테이트 같은 자체 브랜드를 달아 공공분양 등을 할 수 있다. 국토부는 내년 공공주택법이 개정되면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공공주택 사업의 사업시행자를 변경해 민간 시행의 물꼬를 틀 계획이다.

이 밖에 LH의 업체 선정 권한도 대폭 축소해 이권 카르텔을 방지한다. 공공주택 설계 및 시공업체 선정 권한은 조달청에, 감리업체 선정권은 국토안전관리원(법 개정 전까지는 조달청)으로 이관한다. 조달청 이관은 내년 1분기부터 시행되며 국토안전관리원 이관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취업 심사 대상자도 2급 이상(퇴직자의 30% 수준)에서 3급 이상(퇴직자의 50% 수준)으로 늘리고, 심사 대상 기업도 200여 개에서 4400여 개로 확대한다. 2급 이상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 사업 입찰을 원천 제한한다. LH 현장에서 철근 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 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 기간 LH 사업에서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도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산업기본법 별표에 보면 벌점 항목 유형이 다양한데 중요한 골조 등의 부분에서 안전사고를 한 번이라도 낸 경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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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민간사업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공주택 사업에 뛰어들지 여부다. 건설 업체가 수익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공주택 시장에 참여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보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공공주택 사업에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건설사가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건설사에 미분양 매입 확약, 택지를 감정가 이하로 매입할 수 있는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얼마나 유인책이 될지는 모르겠다”며 “공사비를 맞추기 쉽지 않고 하자 보수 민원이 많을 것으로 보여 LH 사업을 많이 해온 중소·중견 건설사라면 모를까 대형 건설사가 참여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에 넘길 경우 분양가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민간 건설사가 공공주택 공급에 단독으로 참여하더라도 분양가와 공급 기준 등은 현 공공주택과 동일하게 할 것”이라며 “공공주택 분양가는 절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권한을 다른 기관에 넘기고 퇴직자 재취업을 제한하는 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감리 업체 선정 권한을 이관받은 기관이 또 다른 전관 문제에 연루될 수 있다”며 “막연하게 퇴직자를 인력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재취업한 전관이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책에서 LH의 조직 분할은 빠졌다. 과거 LH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L과 H, 소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모회사를 만드는 조직 분할까지 거론이 됐었다. 하지만 실제 검토를 해보니 오히려 인력이 더 늘어나고 비효율적인 문제가 발생해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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