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림세와 함께 원·환율도 동시에 떨어지자 수입 물가가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감산 효과 등으로 플래시메모리 등 일부 제품의 수출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입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도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수입물가지수는 135.11(2015년=100)로 전월보다 4.1% 하락했다. 올해 6월 이후 5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지난해 12월(-6.5%)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입 물가가 내린 것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하락한 영향이다. 두바이 유가는 10월 평균 배럴당 89.75달러에서 11월 83.55달러로 6.9%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평균 1350.69원에서 11월 1310.39원으로 3.0% 내렸다. 중국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중동 사태가 크게 확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빠르게 떨어졌고 내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원화 가치도 절상된 결과다.
수입 물가는 원재료가 광산품을 중심으로 6.6% 하락한 가운데 중간재도 3.1%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전월 대비 2.2%, 1.9% 하락했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수산화리튬(-25.3%), 원유(-9.7%), 벙커C유(-9.0%), 나프타(-6.1%), 옥수수(-4.6%) 등 대부분 품목에서 하락세가 나탔다.
수출물가지수도 116.45로 전월보다 3.2% 떨어졌다. 수출 물가 역시 5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수출 물가가 떨어진 것은 환율 하락 등으로 공산품 물가가 3.2% 내린 영향이다. 다만 농림수산품은 0.7% 상승했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경유(-11.9%), 제트유(-8.9%), 봉강(-4.9%) 등이 크게 떨어졌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에서 디램은 1.6% 하락한 반면 플래시메모리는 14.6%나 급등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디램 수출 물가가 내린 것은 환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계약 통화 기준으로 1.4% 상승했다”며 “플래시메모리는 감산이 큰 폭으로 이뤄지면서 가격 회복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