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으나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불확실한 가운데 긴축 기조를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한국은행 평가가 나왔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으나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물가 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한은은 인플레이션 목표 안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지연되는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기저효과가 소멸했으나 높은 원자재 대외 의존도로 2차 파급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 정보를 활용하는 전문가의 기대인플레이션도 최근 3.0%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물가 상승률 둔화에 소요되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은 재개되겠으나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하는 시기는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상존해 있다. 한은 관계자는 “누적된 비용 상승 요인으로 인한 2차 파급효과,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 공공요금 등과 관련한 정부 정책, 연말연초 가격조정 집중 가능성 등 관련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요국의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근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 간 이견이 반복되면서 이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진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 연준)은 긴축기조 장기화를 표명하고 있으나 시장참가자들은 내년 2분기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금융시장 상황의 긴축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각종 경제 지표가 엇갈리는 만큼 인플레이션의 목표 수준 수렴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기간 긴축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도 현재의 높은 정책금리 수준을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을 시사한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취약부문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성장, 물가지표의 움직임과 시장 기대 변화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