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까다로운 요건에…복수의결권 ‘1호 탄생’은 아직

■시행 한달째 개점휴업

주식 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

지분율 제한·주주 동의율 깐깐

대규모 양도세 납부도 부담 가중

중기부, 과세이연 특례 등 논의

이달 8일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한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실무설명회’ 행사의 모습. 복수의결권 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접수 30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 사진 제공=벤처기업협회이달 8일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한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실무설명회’ 행사의 모습. 복수의결권 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접수 30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 사진 제공=벤처기업협회




벤처·스타트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이 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실제로 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결권은 주식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대규모 투자 유치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 창업주 경영권을 안정화시키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주 발행 과정이 까다롭고 창업주가 대규모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등 어려움 또한 작지 않아 실질적인 도입 시기가 미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를 마친 기업은 없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관련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올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난 달 17일 시행됐다. 1개의 주식에 2개 이상,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창업자가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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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아직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없는 주요 원인으로 엄격한 발행 요건이 꼽힌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창업자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야 발행할 수 있다. 발행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된다. 창업자의 의결권 비중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 30% 아래로 내려가거나 창업자가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에만 발행 요건이 충족된다. 또 창업 이후 누적 투자 금액이 100억 원 이상이고 가장 마지막으로 받은 투자액이 5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실질적인 발행 절차도 까다롭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기존 주주 동의를 받아 회사 정관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한시적으로 발행된다. 특히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3 이상이 동의를 요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를 통해야 한다.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 벤처기업을 창업한 한 대표는 “지분율 요건, 필요한 주주 동의율 등의 조건들을 창업주가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통상 창업주가 보유 중인 구주를 회사에 현물 출자한 후 복수의결권 주식을 신주로 발행해야 하는데 현행 세법은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구주 매각을 통해 차익을 올린 후 신주를 받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중기부는 복수의결권 발행 시 발생하는 양도세 부과 시기를 미루는 ‘과세 이연 납부특례’ 신설을 과세 당국과 현재 논의 중이다.

실질적인 도입이 미뤄지고 있지만 복수의결권 제도에 대한 현장의 관심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달 8일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한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실무설명회’ 행사는 신청자가 몰리며 접수 30분 만에 마감됐다. 지난 달 벤처기업협회가 벤처기업 291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 70%가 복수의결권 제도 활용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벤처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내부 통제가 잘 작동하고 이사회도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능력을 가진 창업주 경영권을 보장하는 복수의결권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는 “조건에 맞는 기업이 요청하면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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