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4가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최근 쿠페형 SUV 폴스타4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역량을 확대하고 나선 폴스타가 북미와 국내 판매를 위한 생산량 증대를 이유로 부산공장을 선택하면서다.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CEO는 부산공장을 폴스타4 생산 거점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부산공장은 23년간의 풍부한 차량 제작 경험이 있고 2000여명의 숙련된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수출항과 바로 연결되는 지리적 장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공장은 폴스타 기준에서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최적의 시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97년 완공된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의 세계 20개 공장 중에서 제품 출하량 대비 불량수가 대당 0.15건으로 가장 적다. 7개 검사 라인에서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한 덕에 그룹 내 최고 수준의 생산품질 공장으로 꼽힌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를 생산할 때, 초기 닛산 측의 품질 우려를 불식시키며 당초 계약 물량보다 50% 더 많은 추가 물량을 요청받기도 했다. 당시 닛산 로그가 북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거뒀던 이유도 있지만 같은 모델을 생산하던 미국과 일본 공장 출하 모델보다 부산공장 출하 모델의 품질이 우수한 덕분이다.
혼류 생산 방식도 부산공장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부산공장은 1개의 조립 라인에서 4개 플랫폼, 8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 또 가솔린, 디젤,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1개 라인에서 모두 만들 수 있다. 실제 2016~2019년에 SM3·SM5·SM6·SM7·QM6·SM3 ZE·닛산 로그 등 7개 차종을 1개 라인에서 동시 생산했고 지금도 XM3·SM6·QM6를 1개 라인에서 생산하고 있다.
1개의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연료와 차의 형태,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건,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생산 대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부산공장의 큰 강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부산공장은 이미 전기차 생산 경험이 있다. SM3 ZE 전기차를 생산했고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경험했다.
르노코리아 입장에서도 폴스타4 생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공장가동률을 높이고 수익을 증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앞으로의 전동화 행보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하이브리드 SUV 출시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세단에 이어 2026년에 차세대 전기차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공장에서 폴스타4 생산을 시작하는 2025년은 르노코리아가 전동화 전략을 가속하는 시점이자 자체 전기차를 생산하는 바로 전 단계로,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 생산을 통해 그들의 친환경 기술, 정책, 전략 그리고 생산방식과 품질관리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자체 전기차 생산에 녹여낼 수 있다.
르노코리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르노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스웨덴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 생산 경험과 노하우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이러한 무형의 가치와 자산은 앞으로의 전동화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르노코리아가 지난 5월 부산시와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부울경지역대학산학협력단장협의회, 부산테크노파크, 협력업체 등과 부산지역 미래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MOU)도 의미를 더하게 됐다. 부산공장 내 신설 예정인 ‘에코 클러스터 센터’를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의 전동화 경쟁력까지 함께 끌어올려 지역 상생과 지역 인재 채용을 활성화하겠다는 민관학의 공동 목표가 이번 폴스타4 생산 결정으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동아대학교와 기술인재 양성에 필요한 상호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체험형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고 학생역량 강화, 정책연구, 정보공유 등에 나선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CEO는 “폴스타 4는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SUV 전기차로, 르노코리아의 미래 비전을 상징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