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3040 오너 일가가 그룹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평균 나이는 41세(1982년생). 흔히 말하는 MZ세대다. 이들은 조기 유학을 떠나 중고교부터 학부와 대학원까지 해외에서 졸업한 유학파 비중이 높다. 글로벌 감각과 탄탄한 인맥이 무기가 되는 시대인 만큼 유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저돌적인 공격성을 앞세워 사세를 확장했던 선대와도 다르다. 조용하고 섬세한 리더십으로 조직 문화를 우선시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30대 그룹 3040 오너 일가(임원급 이상)를 분석한 결과 경영학 전공, 유학파, 내향적 성격이 공통된 특징으로 나타났다.
리더로 부상한 재계 3·4세는 MBA 등 유학 경험과 경영 전공을 통해 비즈니스 감각을 키웠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는 아버지에 이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퍼드대 출신이고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중학교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세인트폴고와 하버드대를 나왔다.
유학 생활을 통해 얻게 된 인맥과 자유로운 소통 능력은 이들의 비즈니스 무기가 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시절 여러 딜을 세인트폴과 하버드 인맥을 통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SK(034730)네트웍스의 최성환 사업총괄 사장도 상하이 푸단대와 런던비즈니스스쿨 등 풍부한 해외 경험을 통해 쌓은 투자은행(IB) 인맥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해외투자를 이끌고 있다.
재계 3·4세의 또 다른 특징은 권위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향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며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린다. 대신 이들은 조직 구성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선호한다.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구광모 LG(003550) 회장은 회장 대신 LG 대표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할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시절 울산에서 근무할 당시 직원들을 삼삼오오 모아 종종 회식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그룹에 합류하기 전 컨설팅 업체나 해외 IB를 거치며 빠르게 경영 수업을 받았다는 특징도 있다. 신 전무는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했고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경력이 있다.
젊은 오너들은 경영진들의 세대교체도 이끌고 있다. 올해 말 임원 승진 사장단의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1970년대생 최고경영자(CEO) 시대를 열었다. 다만 이들은 아버지 세대와 달리 위기 극복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3040 오너 등장에 맞춰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이 달라졌다”며 “제왕적 리더십을 보였던 선대 회장들과 달리 모두를 아우르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