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에 위치한 섬나라인 스리랑카가 지난해 5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동참하면서 2020년 중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린 28억 3000만 달러(약 3조 6600억 원)의 차관을 갚지 못한 것이다. 같은 해 9월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29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합의했지만 외채를 얻어 외채를 갚아야 하는 쳇바퀴에서 여전히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 생산력과 내수 시장, 외환 보유액도 충분하지 못한 형편에 빚에 의존해 재정 투자를 남발하다 ‘최악의 부채국’ 오명을 쓰게 됐다.
이외에도 ‘부채의 악순환’에 빠진 아프리카·아시아·남미의 최빈국들은 부지기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3일 국제금융협회(IIF)가 ‘프런티어 마켓’으로 분류한 42개 국가의 올해 정부·기업·가계 부채는 10년 전에 비해 약 2배 늘어난 3조 5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경우 2022년 부채 상환액이 75억 달러로 이 나라 연간 재정 규모보다 9억 달러 많은 것으로 나타나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나라로 전락했다. 볼리비아·에티오피아·튀니지와 그 외 10여 개국이 발행한 채권들은 이미 채무 불이행 상태에 도달했거나 부도 상황에 근접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최빈국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 등으로 자금줄이 끊겨 내년에는 더 깊은 위기의 늪으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말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던 우리나라도 최빈국들의 부채 악순환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지금 한국은 정부·기업·가계 부채의 동반 급증으로 ‘삼각 부채의 덫’에 빠져 있다. 특히 국가 채무(D1)는 10월 6조 원 늘어 1100조 원을 다시 넘어섰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400조 원 이상 폭증한 나랏빚을 줄이려는 현 정부의 노력이 힘겨워 보인다. 게다가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 부채와 가계 부채의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 중국 돈 빌려 펑펑 쓰다가 재정 파탄을 맞은 스리랑카를 반면교사로 삼아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