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스테이블코인이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되면 국가 간 자본이동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논의는 더 미룰 수 없는 시급성을 지난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2023년 MOEF·BOK·FSC·IMF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의 CBDC 연구·개발 현황과 함께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연설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치 측면에서 불안정하고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중앙은행 화폐를 구축(crowding out)할 경우 금융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국제결제은행(BIS)와 긴밀하게 협력해 1단계 파일럿에서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2단계 파일럿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은행이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예금을 디지털화한 예금 토큰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이 총재는 “이번 파일럿의 큰 특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금 토큰을 활용한 실거래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예금 토큰과 연계해 실거래 테스트를 하는 국가가 거의 없는 만큼 의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파일럿 테스트에서 CBDC를 통해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부여해본다는 계획이다. 중앙은행 화폐가 아닌 은행 예금 토큰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부여하는 건 화폐 단일성 훼손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은행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건 중앙은행보다 민간은행이 강점을 가진 부분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총재는 아직 과제가 남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새로운 지급결제 인프라가 마련될 경우 비은행 등의 참가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에 관한 문제가 있다”며 “중앙은행이 신뢰성을 부여한 디지털 통화가 민간 스테이블코인처럼 활용될 경우 효과적인 관리·감시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