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나간 캐릭터도 다시 보자”…‘집게 손’ 보일까 직원 총동원해 ‘검열’ 나선 게임사

‘바람의나라: 연’ 캡처‘바람의나라: 연’ 캡처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된 게임 캐릭터의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넥슨의 투자를 받은 게임 개발사가 직원들을 동원해 전수 조사에 나섰다.

게임 개발사 ‘슈퍼캣’은 지난달 26일부터 30여명의 직원을 동원해 주말에도 자신들이 제작한 게임의 영상·이미지 등을 전수조사해 집게 손 모양으로 보일 수 있는 모든 이미지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슈퍼캣 간부 A씨는 사내게시판에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비방하고 조롱과 혐오에 사용되는 표현들을 몰래 숨겨 심어 놓고 정신승리하는 비겁한 생각을 가진 분들은 대중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 제작되는 프로젝트와 거리가 멀다”며 “그런 분과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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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캣은 ‘넥슨’의 투자를 받아 ‘바람의나라: 연’(바람연) 등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업체다.

업체는 ‘바람연’ 등 게임 속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뿐 아니라 배경으로 쓰인 나뭇가지와 옷 주름 등에도 집게손 모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또 지난달 28일엔 ‘아트 직군’ 직원 120여명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사상을 갖고 있더라도 게임에 드러내지 말라’거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에 주의하라’는 등의 경고성 교육을 진행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교육을 들은 한 직원은 “한마디로 ‘페미니스트 때문에 큰일이 터졌으니 이런 위험한 사상을 갖고 몰래 작업물에 넣고 정신승리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김유리 전국여성노조 조직국장은 “터무니 없는 의혹에 단호하게 대처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는데, 자체적인 검열까지 하는 것은 사실상 남초커뮤니티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게임 운영·개발 업무 대신 검열·수정을 해야 하는 데 쏟게 될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


남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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