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수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학생생활지도고시가 시행됐지만, 방법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인력과 시설 등에 대한 지원이 없어 (분리조치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합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교사노조연맹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현장에선 교권 침해가 이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교권회복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교권을 보호 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에 집중해 왔다. 입법을 위해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만났으며, 교육 당국의 정책적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교섭해왔다. 그 결과 지난 9월 21일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초중등교육법 등 이른바 교권회복 4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문제 학생 분리 조치가 핵심인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도 발표됐다. 그러나 현재까진 학교 현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김 위원장이 교권회복을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우선 수업 방해 학생 분리 조치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위원장은 “분리 조치의 법제화로 법적 안정성을 부여하고, 당국의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법이 정비됐지만, 교사의 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될 경우 교사가 불이익을 받고 수업 활동에 지장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고 절차와 처리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에 따른 변화를 교사는 물론 교육 당국 관계자와 학교 관리자, 그리고 학부모, 학생들에게 충분히 교육하고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교권 회복을 강조하는 이유는 교권 보호가 교사들이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서이초 사태 이후 “교권 침해를 막아달라”가 아닌 “제대로 교육할 권리를 보호해달라”고 목소리를 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권 추락의 이유가 학교 현장과 괴리된 교육정책과 교육 입법에 있었던 만큼, 김 위원장은 교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 참여하는 교사 출신 인사들 수도 매우 적고 지위와 역할 또한 매우 낮다"며 "현장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교육청의 운영 시스템을 개혁하고, 교사들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학교장을 세울 수 있는 승진제도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학교의 정치화)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 수업 시간에 편향된 이념을 전도하는 교사들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근무 시간 외 기본권을 가지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한국 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이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권회복 목소리를 냈듯이 교육당국 역시 공교육이 훼손되지 않도록 늘봄학교 등의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책임으로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늘봄학교 업무를 교사에게 부과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하며, 늘봄학교 전면확대 시행 이전에 아이들이 그 나이에 맞게 공부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를 먼저 마련하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보통합에 대해서는 초중등 교육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별도의 국가예산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초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한 김 위원장은 교사노조 조합원 확대와 교사의 권익 향상을 임기 내 과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임기가 2년여 남았는데, 20만 교사노조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사노조의 교권회복 노력 등에 힘입어 올 초 6만명여명이었던 교사노조 조합원 수는 현재 12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김 위원장은 교사도 국가에 고용돼 임금을 받는 노동자인 만큼, 교사노조 대표가 공무원보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