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심야에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한 후 약 10시간 만인 18일 오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이틀 연속 도발했다. 이는 한미가 지난주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고 내년 8월 연합훈련에서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또한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핵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장해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약화시키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쏜 ICBM에 대해 “오늘 오전 8시 24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 5번째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 ICBM이 오전 9시 37분께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상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250㎞ 지점에 떨어졌으며 비행 시간은 약 73분, 정점 고도는 600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7월 12일 신형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ICBM인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도 화성-18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성-18형은 길이 25m, 지름 2.1m, 중량 55∼60톤, 사거리 1만 3000∼1만 5000㎞, 탄두 중량 1.25~1.5톤으로 추정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8형 발사에 또다시 성공하면서 고체연료 엔진은 사실상 완성시켰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갖출 경우 전력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번 화성-18형 3차 발사는 군사적 효과 측면에서 고체연료 엔진 추진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실험으로 비행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ICBM 발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2주기였던 17일 전후로 대내외에 핵미사일 보유국임을 과시하면서 최근 불안한 체제를 안정시키려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대외적으로 한미 NCG와 핵 작전 연습 합의에 대한 맞대응이자 대내적으로 연말 전원회의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위한 시험 발사로 보인다”고 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내년에 한국 총선과 미 대선 정국을 앞두고 국방 분야 핵심 과업 완수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 부각하면서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한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ICBM 등 계속된 도발은 물론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에, 가장 우려되는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내년에는 미국 대선 등이 있어 북한 문제의 이슈 부각을 위해 2기 정도의 정찰위성 발사와 고체연료의 중거리미사일 발사, 정상 각도의 ICBM 발사, 핵공격전술잠수함 김근옥함의 SLBM 발사 등의 도발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권 교수도 “내년에는 다탄두·핵탄두 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미 NCG의 과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한미의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참은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위협적 도발을 지속 감행하고 있다”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일은 이달 중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 미사일 경보 훈련 등 3국 훈련도 내년부터는 체계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는 최종 검증 단계에 있다”며 “수일 내에 정상 가동시키기 위해서 3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