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반도 남서부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랍어로 ‘눈물의 관문’이라는 뜻이다. 폭 29㎞의 좁은 해협에서 수많은 뱃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에서 붙은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만큼 위험한 뱃길이었다. 변방의 항로였던 이곳이 주목받게 된 것은 1869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다. 홍해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해상 교역의 관문이 되자 지중해에서 인도양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 해협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상 수송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오늘날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전체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한다. 중동에서 유럽·북미로 수출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이 지나는 이 좁은 해상 통로를 연간 2만 척의 선박이 쉴 새 없이 오간다. 다만 세계적으로 위험한 항로라는 악명은 여전하다. 내전 중인 예멘·소말리아와 지부티·에리트레아 등 인접국들의 험악한 정세 때문에 해적의 노략질과 군사 공격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이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이유로 사실상 해협을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가 이스라엘의 교역을 차단하기 위해 해협을 봉쇄한 것을 연상시킨다. 후티는 국적에 상관없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향해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하고 있다.
안보 위협이 커지자 MSC·머스크, CMA CGM, 하파그로이드 등 글로벌 해운사들뿐 아니라 국내 HMM도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경로를 택하기로 했다. 9000㎞를 돌아가느라 7~10일이 더 소요되는 항로다. 미국은 후티의 공격으로부터 민간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해양 보호군 창설에 착수했지만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은 불가피하다. 우리 기업들과 정부도 이 같은 공급망 불안의 파장을 최소화하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