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내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하겠다며 대(對) 중국 경제 정책 방침을 밝혔다. 특히 중국의 지방 정부 부채와 부동산 경기불황 문제 등의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중국 기업인 협회에서 진행하는 강연에 앞서 배포한 발언 자료를 통해 “재무장관으로 내년에 두번째 중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며 “중국과 어려운 관심사항을 논의하는 데 의제의 상당 부분이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중국의 경제정책은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지방 정부 부채와 부동산 시장 위축 등 경제 약점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의 우려대로 중국은 정부의 경기부양 안간힘에도 경제 활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중국 민간 부문 투자가 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민간 시장 심리의 가늠자인 부동산 투자는 올해 11개월 간 전년동기대비 9.4% 감소했다.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도 민간 투자 역시 같은 기간 0.5% 감소했다. 대출규모도 감소세다. 지난달 신규 위안화 표시 대출 규모는 1조900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9.9% 줄었다. 특히 기업의 중·장기 대출액은 지난달 4460억위안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9.5%나 쪼그라들었다.
중국 경기가 냉각되고 있는 상황은 통화량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협의통화(M1) 공급량이 지난달 1.3%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광의통화(M2) 공급량은 10% 증가해 M1과 M2의 증가율 격차가 심화했다고 발표했다. M1과 M2 공급량의 월간 격차는 투자 활력 평가시 사용되는 지표다. M1은 즉시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유동적인 자산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M1의 증가율이 M2에 비해 낮으면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경제 주체들이 투자 대신 현금을 정기예·적금 등에 넣으며 M2 공급량이 늘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비·투자 부진은 지방 정부의 부채를 더 늘려 경제 성장에 큰 위협이 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딩솽은 “두 개의 통화량 수치가 모두 민간 부문의 투자 의지가 약화하고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활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 정부들은 앞다퉈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베이징과 상하이 정부는 첫 주택 구매시 내야하는 계약금의 비율을 35%에서 30%로 낮췄다. 두 번째 이상 주택 구매시 계약금도 베이징은 60%에서 40%로, 상하이는 70%에서 50%로 내리기로 했다. 또 베이징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렸다. 중국 정부가 앞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자 추가 부양책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