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팬오션과 해운업 시너지…공정성 논란 딛고 초대형 선사로

[하림, HMM 품는다]

본입찰 25일만에 우선협상자 선정

매각 늦어지자 대통령실도 나서

하림, 대규모 자금조달 등 관건

세부 계약조건 놓고 잡음 우려도





KDB산업은행이 지난달 23일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끝난 뒤 “HMM 본입찰 결과 유효 경쟁이 성립했다”면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은 통상적으로 1~2주가 소요되나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주보다도 앞당겨 발표하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르면 지난달 말 HMM 우협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HMM 우협 대상자는 본입찰이 끝난 지 25일째인 18일에야 나왔다. 팬오션(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가격에서 유력했지만 하림 측이 요구한 영구채 3년 전환 유예와 사외이사 지명권 축소, JKL파트너스의 주주 간 협약서(SHA) 적용 예외 등이 발목을 잡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한 것도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대통령실이 나섰다. 대통령실은 지난 주말을 전후해 금융위원회와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HMM 매각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대통령실의 한 핵심 관계자도 “한진해운 파산이 있었던 만큼 산업 쪽 논리를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발표 일정이 추가로 지연됐다.



다만 하림의 우협 대상자 선정은 13일 있었던 관계 부처 차관회의 때부터 가닥이 잡혀 있었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해운 산업에 문제가 될 만한 요인을 없애는 수준에서 상황을 정리했다. 우협 대상자 선정이 너무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HMM을 국적 선사로 운영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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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HMM을 최종 인수하게 되면 7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된다. KDB산업은행은 2016년 출자 전환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HMM의 최대주주가 됐다. HMM은 지난해 세계 3대 해운 동맹인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특히 지난해는 매출 18조 5868억 원, 영업이익 9조 9455억 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만 53.5%에 달한다.

하림그룹 입장에서는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HMM을 품에 안게 되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대형 선사로 거듭날 수 있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화물 1억 톤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HMM은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다. 초대형선(1만 TEU급 이상 선복량 기준) 보유 비율이 세계 1위다.

문제는 본계약까지 앞으로 남은 과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하림이 우협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장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한 보도 자료에서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하겠다고만 밝혔다. 하림 측으로부터 구두로 사전 요구 조건을 철회하겠다는 답을 받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업계에서는 매각 측이 향후 하림과의 공식 협상에서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금 조달도 관건이다.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금융 활용 등을 통해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JKL파트너스만 해도 SHA 예외를 적용 받지 못해 지분을 5년간 매각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PEF의 경우 일반적으로 3~5년 내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만 한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협 대상자 발표가 계속 늦어지다 보니 일단 하림으로부터 구두 약속을 받아 선정은 해놓고 뒤에 협상하면서 최종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타협을 본 것 같다”면서 “앞으로 공은 하림 쪽으로 넘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하림의 경우 인수 자금이 부족해 여기저기서 최대한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하림 측이 짜놓은 자금 조달 계획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협 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본계약이 불발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산은은 이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영필 기자·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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