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한화오션 이어 LGD·대한전선도 초대형 유증…개미만 '비명'

LGD 1.3조·팬오션은 3조 추진

대한전선·일진전기도 수천억 증자

한화오션, 8월 이후 주가 반토막

주식 가치 희석에 주주 손해 막심

HMM 컨테이너선. 사진 제공=HMMHMM 컨테이너선. 사진 제공=HMM




고금리 속에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하반기 잇따르면서 운영 자금 조달과 시설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상장사가 조(兆) 단위로 초대형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유증 결정직후 대부분 주가가 급락해, 소액 주주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011200)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18일 낙점된 하림지주(003380)는 계열사인 팬오션을 통해 최대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6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감당하려면 하림지주 자체 실탄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이 하림지주에 내년 1분기까지 최소 1조 원의 증자를 요구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팬오션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유상증자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권에서 돈을 따로 빌리지 않고도 자본금을 간편하게 늘릴 수 있는 반면 기존 주주들은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효과로 손해를 입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거나 추진하는 기업은 팬오션뿐이 아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18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관련 사업 경쟁력 등을 강화하기 위해 1조 360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200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19년 만의 첫 유상증자 결정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0%에 해당하는 4000억 원 정도를 채무 상환에 쓴다고 밝혔다. 나머지 자금 중 4200억 원은 정보기술(IT)·모바일·차량용 등 중소형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자금, 5500억 원은 대·중·소형 OLED 전 사업 분야에 걸친 생산 안정화 운영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대한전선(001440) 역시 이달 14일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등을 위해 약 5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표했다. 4700억 원은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에, 500억 원은 미국·유럽·중동 지역 공장 건설이나 인수 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일진전기(103590)는 지난달 17일 변압기와 차단기 등 중전기 공장과 전선 공장 생산력 증대 자금으로 쓰기 위해 약 1000억 원어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한화그룹 편입으로 출범한 한화오션(042660)도 8월 유상증자로 2조 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주가 하락으로 최종 발행가액이 떨지면서 증자 규모를 1조 4971억 원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 회사는 조달 자금 중 5700억 원을 친환경 연료 기술과 함정 건조 시설, 생산 자동화 등 시설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 4200억 원은 글로벌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한 생산 거점 확보, 해외 유지보수점검(MRO) 기업 지분 확보에 투입하고 3000억 원은 해상 풍력 사업을 위한 지분 인수에 쓰기로 했다. 2070억 원은 차세대 함정, 스마트십, 스마트 야드 등 신기술 개발에 활용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 대다수가 유상증자 결정 발표 직후 주가가 고꾸라졌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결정은 신사업 추진에 대한 확실한 기대가 있지 않는 이상 증시에서 대체로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팬오션 주가는 19일 10.10% 하락한 데 이어 20일 상승장 속에서도 내림세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도 18~19일 연이틀 하락한 끝에 주가가 1만대 초반까지 내려가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대한전선은 15일 16% 넘게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주가가 1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2021년 호반그룹의 품에 안긴 대한전선은 같은 해 11월 무상감자를 단행하고 지난해 3월에도 유상 증자로 총 4889억원을 조달해 주주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올 해 5월 ‘적정 주식 수 유지’ 목적으로 10 대 1 액면병합을 진행한 직후 주가는 1만 5000원대였다. 일진전기도 유상증자 결정 직후인 11월 20일 2% 이상 내렸다.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2400대에서 2600선까지 올랐지만 1만 2000원대였던 일진전기 주가는 이달 20일 1만 1000원대로 내려갔다.

한화오션은 8월 유상증자 결정을 전후해 10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신주 상장을 2거래일 앞둔 11월 24일에도 16.73%나 떨어졌다. 8월 1일 4만 8900원이던 주가는 어느덧 2만 5000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각각 1조 1400억 원, 4153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SK이노베이션(096770), CJ CGV(079160)도 6월 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은 바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거래 구조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울경제 보도 내용을 종합할 때 팬오션은 최대 3 조원가량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단기적으로 팬오션의 주가도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