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로터리] 고립감 해소를 위한 예술치유

■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언제쯤이면 늘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멋진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프랑스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그는 늘 빛의 순간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물감의 발명으로 화가들은 외부에서 발견하는 빛의 변화를 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코발트 블루색이 개발되면서 명암으로 밝기를 구분하던 과거와 달리 빛으로 생긴 그림자를 푸른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푸른색이 주로 쓰인 작품은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색이 지닌 심리적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술 작품이 지닌 치유의 힘이다.

최근 정부가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중요한 국정 어젠다로 삼고 적극적인 해결책 강구에 나섰다. 전 세계 자살률 1위, 행복지수 꼴찌라는 결과에서 볼 수 있듯 국내 사회에 퍼져 있는 ‘마음의 병’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적 치료에 머물던 정신건강 정책의 틀을 ‘예방’과 ‘회복’ 차원의 전 주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는 최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넘어 점차 ‘마음의 거리 두기’로 이어져 심리적·정서적 결손이 증가했다. 이달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54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7조 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국민의 우울감이 더욱 악화되며 높은 자살률과 고독사 위험률과 함께 사회적 고립감이 심화됐다는 각종 실태 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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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을 음주·흡연보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화 예술 교육은 예술 본연의 회복성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개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2015년부터 본격 시작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은 위클래스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치매안심센터 등과 협력해 개인의 심리·정서적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성을 회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참여자들의 자기 수용 및 회복 탄력성 등 개인적 효과를 넘어 사회성, 타인 수용도 등 대인 관계 향상과 긍정적 사회 인식 등 유의미한 사회적 효과가 매년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다.

최근에는 특정 대상뿐만 아니라 ‘도시숲 예술치유’ ‘힐링시어터’ 등 수목원이나 극장 등 일상에서 누구나 참여해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다.

문화 예술 교육이 가진 자아 인식을 통한 치유적 힘과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사회적 역할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현 시대 우리가 겪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국가적·사회적 문제로 규정된 만큼 예술이 지닌 힘을 기반으로 문화 예술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 등 모두가 협력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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