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예비비 8000억 삭감 등에 더 팍팍해진 나라살림[656.6조 내년 예산 국회 통과]

관리재정수지 91.6조 적자…정부안보다 4000억 줄어

국가채무 1195.8조…GDP의 51% 달해

청년월세한시지원·지역화폐 등

민주당 요구 증액안 대폭 반영

당정, 원전·건전재정 지켜 '의의'

'농업용 비료' 지원예산도 확대





2024년도 예산 세부 내역을 보면 여야 모두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은 전액 삭감 위기에 놓였던 원전 예산 1814억 원을 복구했을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 직결돼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예산을 1억 원 늘리는 데도 성공했다. 야당은 청년월세한시특별지원 등 ‘민주당표’ 청년 예산을 살렸다. 2024년도 정부 예산이 여야 이해에 따라 짜여진 ‘봉합형 예산’으로 귀결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은 기존 정부안(656조 9000억 원)보다 3000억 원 줄인 656조 6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내년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91조 6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예산안에서 전망한 것보다 4000억 원 줄었다.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총수입이 정부안보다 늘고 총지출은 줄어든 결과다. 국가채무는 1195조 8000억 원으로 61조 원 늘면서 GDP의 51%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출 분야별로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이 정부안 대비 7000억 원 증액돼 가장 많이 늘어났다. 연구개발(R&D·6000억 원)과 사회간접자본(SOC·3000억 원) 예산도 원안 대비 증가했다. 반면 일반·지방행정과 외교·통일 부문 예산은 정부안 대비 각각 8000억 원과 2000억 원씩 감액됐다.



세부 사업별 예산을 보면 야당의 예산 증액 요구가 대거 관철됐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복원을 강조해오던 각종 청년 지원 사업의 예산이 원안 대비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올해 종료 예정이던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이 690억 원 증액됐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예산도 70억 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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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편성을 요구했던 새만금 관련 예산도 3000억 원, ‘이재명표 사업’으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예산 역시 3000억 원 각각 증액됐다. 여당 역시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던 원전 예산 7개 항목 1814억 원을 모두 복구했다.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예산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면서 오히려 원전 관련 예산이 소폭이나마 확대됐다.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던 R&D 예산은 정부안 대비 6000억 원 늘었다. 대학원생 장학금·연구장려금(100억 원 증액), 기업 R&D 종료 과제 내 인건비 한시 지원(1782억 원) 등 연구자의 고용 불안정 우려를 완화하는 프로그램 위주로 예산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R&D 예산 감축이 연구자들의 생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재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R&D 예산 총액을 올해(31조 1000억 원)보다는 14.8% 줄이는 데 성공해 ‘R&D 구조조정’이라는 큰 취지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이번 국회 협상 과정에서 “민생 경제와 취약 계층 지원 사업 예산이 크게 늘었다”는 입장이다. 최근 요소수발(發) 공급망 위기로 비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농어업인을 위해 무기질 비료 구입 비용 예산을 288억 원 증액하기로 한 것이 그 예다. 원래 정부는 이 비료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고 했다. 영세 사업자 전기요금 인상분 한시 지원(2520억 원 증액) 등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도 예산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당정은 총선을 앞두고 예산 총량을 정부안 대비 줄였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를 지킨 것”이라고 짚었다. 기재부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감액 내 증액’ 조정 원칙에 따라 4조 2000억 원을 줄이고 3조 9000억 원을 늘려 총지출 규모를 축소했다”고 자평했다.

삭감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예비비로 정부안 대비 8000억 원 줄었다. 예비비는 갑작스런 예산 지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짜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내는 보통교부금도 5456억 원 감액됐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출자금으로 편성한 예산도 4300억 원 감소했다. 각 부처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역시 원안보다 2127억 원 삭감됐다.

예산안 처리로 예산부수법안인 세법개정안 등도 자동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결혼 자녀 1인당 1억 5000만 원씩 최대 3억 원까지 비과세로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또 중소기업 승계 시에는 120억 원까지 증여세 최저세율이 적용된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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