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서 고증은 빼놓을 수 없다. 의복, 미술, 배경, 소품 등 다양한 곳에서 고증이 사용되고, 요즘 시청자들은 이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는 고려시대의 고증을 살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더 자료가 없는 거란의 의복과 소품까지 더해진 '고려 거란 전쟁'이다. 기록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은 당대의 복식과 생활 양식을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었을까? 서울경제스타에서 ‘고려 거란 전쟁’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높은 완성도로 연일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고려거란전쟁’의 CG, 미술 작업 등 제작 비하인드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 거란 복식 구현하려 몽골 고고학연구소까지 찾았다 = '고려 거란 전쟁'의 관전 포인트는 역사적 사실, 압도적 전쟁신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중 고려시대의 복색과 미술을 감상하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제작진은 고려시대 복색과 배경을 구현해 작품의 퀄리티를 자체를 높였다. 고려 초기의 복식과 미술 등은 자료가 많지 않은 만큼, 고증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KBS아트비젼 담당자는 "통일신라 시대 및 고려시대 불교 자료와 국내외 문헌과 고서적을 통한 자료조사를 하고 고증위원인 교수님들과 회의를 거쳐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에 왔던 사신들의 '견문록' 등을 보면 '고려인들은 복두나 건을 쓰고 흰색 모시나 베로 된 옷을 즐겨 입어 상하 구분이 잘 안된다'고 나와 있다. 드라마에 배우 및 출연자들이 흰옷만 입고 나온다면 의상팀은 편하겠지만, 우린 다양한 색감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고려시대의 유물을 보면 화려한 색감의 의상과 직자수 등이 보인다. 우리나라 전통의 다양하고 화려한 색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려 복식보다 생소한 게 거란의 복식이다. 담당자는 "고증을 받을 곳이 없었는데, 몽골에서 선교사 겸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에서 거란을 연구하고 계신 간볼트 박사님과 잉흐투르 박사님을 소개받아 거란 복식 고증에 관해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 재활용한 소품도 있다고? = 사극은 기성품이 없는 관계로 모든 게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기존에는 왕과 황제의 용포를 제작할 때 단령포를 제작하고 그 위에 용을 수놓은 보를 부착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고급스럽게 보이기 위해 원단 자체에 용을 수놓고 제작했다"며 "이 방법이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게 만들더라"고 말했다.
재료비 절감을 위해 고려 갑옷과 의상은 고증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대부분 재활용됐다. 투구 등 디자인이 특이한 소품 위주로 제작했다고. 또 거란족의 갑옷과 의상은 여태까지 다뤄보지 않아 새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담당자는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갑옷 제작을 해왔으나 코로나 및 한한령으로 인해 무역이 불안하고 수입 다변화를 위해 고려 장군들 투구와 거란족 갑옷 및 의상을 몽골에서 제작했다"고 돌아봤다.
◇ “가장 고가의 소품은 OO” = 담당자에 따르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간 소품은 검차다. 검차는 2009년 방송된 KBS '천추태후'에서도 사용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당시 제작된 검차들을 고쳐서 삼수채 전투에 투입했다. 담당자는 "후반부 귀주대첩에 등장할 검차는 이번에 신규로 제작한 검차로 삼수채의 검차보다 공력력, 방어력, 규모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디자인 형태를 갖고 있다"며 "극의 피날레를 장식할 귀주대첩의 검차에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전쟁 드라마에서 가장 고민되고 구현해 내기 힘든 소품이 무기들이다. 등장인물이 많고 또 각 인물들의 성격에 맞는 무기를 선별해야 한다. 또 무기 디자인이 인물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