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소형화의 궁극적 목표는 데이터센터가 아닌 각 기기에서 작동하는 ‘에지AI(온디바이스AI)’의 구현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퀄컴·인텔 등 모바일 기기, 칩셋 제조사들은 반도체부터 완성된 기기까지 에지AI 적용을 서두르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생성형AI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에지AI 선점이 향후 정보기술(IT) 기기 시장 판도를 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4700만 대에 불과했던 생성형AI 스마트폰 출하량이 연평균 83%씩 늘어나 2027년에는 5억 2200만 대를 기록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4년 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성형AI 스마트폰 비중이 40%를 돌파한다는 예측이다. 피터 리처드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부사장은 “생성형AI에 최적화한 스마트폰이 개인화 콘텐츠 제작과 추천, 고유한 개성을 지닌 디지털 비서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더 이상 사용자가 기기에 맞출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성형AI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가우스’를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24에 내장할 계획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생성형AI 스마트폰 시장 절반을 삼성전자가 차지한다고 예상했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에서 모바일 에지AI 시장을 선점하는 셈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지배자 퀄컴도 에지AI에 기민히 대응하고 있다. 퀄컴이 올 10월 선보인 PC용 프로세서 ‘스냅드래곤X 엘리트’, 모바일 AP ‘스냅드래곤8 3세대’는 AI 성능을 대폭 강화해 각각 130억 개, 100억 개 이상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지닌 생성형AI를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퀄컴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2년간 생성형AI 스마트폰 칩셋 시장 8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PC 중앙처리장치(CPU) 최강자 인텔 또한 에지AI 대열에 합류했다. 인텔은 이달 14일 노트북용 CPU 최초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내장한 ‘코어 울트라’를 출시했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자체 생성형AI 구동이 가능한 ‘AI PC’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소형 AI 개발의 활성화는 메모리반도체 업계에도 호재다. 클라우드에 의존하던 AI 연산을 각 기기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용량이 더 크고 빠른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단말에서 생성형AI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메모리의 제약을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에지AI에 특화한 저전력 LLW(Low Latency Wide) D램을 공급하기 시작한다”며 기회 요소로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