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애플리케이션마켓 원스토어가 수백조 원 규모의 글로벌 앱마켓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최근 해외 거점을 늘린 데 이어 앱마켓 해외 버전 출시를 위한 테스트에 들어갔다. 경쟁사 구글과 애플에 대한 국내외 업계 갈등과 규제가 거세지는 가운데 원스토어는 저렴한 수수료 정책을 앞세워 해외 시장 안착을 꾀할 전망이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의 자회사 원스토어는 최근 자사 앱마켓의 해외 버전을 싱가포르에서 시범 출시했다. 싱가포르는 원스토어가 지난해 설립한 첫 해외 법인이 자리한 곳이다. 원스토어는 지역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어와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미 일부 모바일 게임이 입점했으며 지원 국가와 언어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원스토어 측은 "아직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단계로 정식 출시일은 미정”이라고 밝혔지만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만큼 조만간 정식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스토어는 올 7월 KDB산업은행과 지프 브라더스 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 투자 기업에서 투자처를 발굴하고 기업공개(IPO) 전략을 담당한 전문가 이기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8월에는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최근까지 전략적 제휴와 사업개발을 총괄했던 진헌규 전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유럽으로 건너가 현지 실무를 이끄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스토어는 최근 크래프톤으로부터 200억 원, LK투자파트너스·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1260억 원 규모의 자금도 조달받았다. SK스퀘어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파트너들과 마케팅 등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원스토어는 해외 수수료 정책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재환 전 대표는 지난해 "수수료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앱마켓들은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이나 콘텐츠 같은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면 앱 개발사에 수수료를 매기는데, 원스토어의 국내 수수료율은 인앱결제가 20%이고 개발사 자체결제가 5%다. 인앱결제는 앱마켓이 만든 결제시스템이다. 구글의 구글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는 인앱결제만을 제공하며 수수료율은 최고 30%로 원스토어보다 높다.
국내외 개발사들은 30%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며 경쟁당국도 결제방식과 수수료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미국 법원은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 중인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 정책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 조치와 총 680억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원스토어가 진출을 준비 중인 유럽에서는 조만간 애플 앱스토어의 ‘사이드로딩’이 법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원스토어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이 원스토어 같은 타사 앱마켓에 유통되는 사이드로딩을 허용하는 반면 애플은 이를 금지해 iOS 앱을 자사 앱마켓에서만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다. 유럽연합(EU)이 내년 상반기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면 애플도 사이드로딩을 허용해야 하며 이 경우 원스토어는 iOS 앱으로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
원스토어는 실적 개선과 IPO 재도전을 위해 글로벌 사업 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구글·애플과 경쟁해 10%대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여전히 인기 모바일 게임 같은 킬러 콘텐츠가 부족한 탓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스토어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1316억 원으로 전년 동기(1671억 원)에 비해 21% 감소했다. 특히 글로벌 앱마켓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츠에 따르면 전 세계 앱마켓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67억 달러(약 269조 원)에서 2030년 5654억 달러(약 735조 원)로 연 평균 13.4%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