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한동훈 "운동권·개딸, 나라 망치는 것 막아야…'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울것"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

"왜 민주당 압도 못하는지 반성해

실력으로 운동권 대체하자" 당부

'쌍특검'엔 "총선용 악법" 재확인

이준석과 회동 가능성엔 여지 남겨

비서실장 초선의원 김형동 선임

한동훈(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왼쪽 세 번째) 당대표 권한대행 등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한동훈(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왼쪽 세 번째) 당대표 권한대행 등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86 운동권 세력’과의 정면 대결을 선포한 가운데 당 구성원들을 향해서는 ‘헌신의 자세’를 요구했다.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국민의 언어를 따르겠다고 천명했던 한 위원장은 선민후사를 강조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쇄신의 불을 지핀 것이다. 한 위원장이 기성 정치와의 작별을 선언하고 ‘세대교체론’에 힘을 실으면서 총선 공천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온라인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설치 △한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각각 통과시켰다. 투표에는 재적 전국위원 824명 중 650명이 참여했고 한 위원장 임명안은 627명(96.5%)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당헌 당규에 따른 비대위 활동 기한은 6개월(1회 연장 가능)이나 총선 결과에 따라 수명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정치인으로 공식 데뷔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드는 ‘운동권 정치 청산’을 약속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표를 살리기 위해) 운동권 특권 세력, 개딸(이 대표 지지자)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했다”며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을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야당 대표를 당연히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한다”며 이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당 구성원들을 향해서는 ‘특정 세력의 폭주 저지’만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서 정책 성과 가시화를 요구했다. 그는 “당 대표가 1주일에 서너 번 형사재판을 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을 왜 압도하지 못하는지 냉정하게 반성하자”며 운동권 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치인은 ‘국민의 공복’임을 강조하며 수락 연설에서 유권자를 ‘동료 시민’이라고 열 차례 언급했다. 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집권 세력이 아닌 정치 개혁을 함께 이뤄나가는 동반자적 관계임을 강조하며 유권자들과 손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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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22대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진영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당후사 대신 선민후사를 해야 한다”며 “선민후사를 실천하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분들만을 공천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식 이후 국회 본관에 마련된 위원장실에서 집무에 돌입했다. 한 위원장은 비서실장으로 초선의 김형동 의원을 선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출신의 김 의원은 1975년생의 비교적 젊은 정치인으로 이준석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내는 등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분류된다. 김기현 지도부에서 임명된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이날 한 위원장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 위원장은 공석이 된 당직, 비대위원 등의 인선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가 수두룩한 가운데 가장 먼저 ‘이준석 신당’ 문제와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등 총선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탈당 직후 창당준비위원회를 띄워 1월 중순까지 신당을 창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당 지도 체제의 급변으로 ‘이준석 신당’에 대한 파급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그를 따르는 2030 남성 유권자가 적지 않아 여당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은 진영과 상관없이 만날 것”이라면서도 “특정한 분을 전제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28일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총선용 악법”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구체적 대응 방안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향후 당정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라며 “누가 누구를 막고 하는 식의 사극에나 나올 법한 궁중 암투는 이 관계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여권이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한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모습도 관찰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검법은 본인 소관 사항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원내대표 개인이 지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총선 승리를 위한 불출마 선언과 함께 ‘헌신’을 꺼내들면서 여권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의원들과 친분 관계가 없는 한 위원장이 총선 사령탑으로 등장한 데 이어 ‘정권 심판론’에 대항하기 위한 ‘세대교체론’까지 부상하자 영남 중진을 중심으로 공천 불안감이 다시금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남 중진들은 아직은 ‘한동훈 관찰’ 단계”라면서도 “‘운동권 청산론’이 ‘보수의 세대교체’로 번져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경우 무소속 출마 감행 등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승배 기자·김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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